이 글은 한 구의 시로 시작합니다. 전체 분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산문시인데, 서사보다는 감정을 담고 있는 서정시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 시 속에서 로드킬을 당한 무수히 많은 새가 등장하고, 한 마음이 따뜻한 남자가 특별한 새, 우연히 자동차에 부딪혔을 뿐인 새가 아닌, 아름다움을 노래하다 도로에 쓰러진 새를 안타깝게 여깁니다. 다리가 불편한 그는 그 새를 위해 기도하다, 그들을 향해 돌진하는 파란 트럭을 보고 새를 집어들어 어디론가 던집니다. 그렇게 새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가 끝난 뒤 어느 가족이 등장합니다. 고장난 전기차에 갇혀 있던 가족은 갑자기 고쳐진 차에서 내려 보름달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메아리처럼 아름다운 화음을 감상하다가, 이내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갑니다. 세 파트로 나누어진 글에서 가장 짧은 파트입니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로드킬 당한 새들이 가득한 도로를 달리는 가족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9인승 밴을 타고 있습니다. 남자는 새의 시체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고, 이에 짜증을 내는 아내를 향해 죽은 새를 돌아보며 억울해합니다. 그러다가 어째서인지 비포장도로 한복판에 있는 할머니를 피하지 못해 치어버리고 맙니다. 남자는 황급히 내려 할머니의 시체를 길가에 패대기쳐 숨긴 후, 가족에게는 커다란 꿩이었고, 죽지 않았다고 둘러댑니다.
제대로 이해한 줄거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문장을 읽어보면 당장은 이렇게 이해됩니다. 서사적으로도, 장르적으로도 통일되지 않은 이 글은 사실 문학이라기보다는 작가주의 예술영화의 문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안티플롯에 가깝다는 점에서 ‘체인소맨’, ‘파이어펀치’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색채도 강하게 느껴지네요. 최근에는 ‘타츠키병’이라는 비하적인 밈도 존재하지만, 분명 강한 개성을 가진 작가이기에 잘만 활용하면 작품의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몽환적인데요, 그러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소 과하다 싶은 기교가 동원됩니다. 글에서 나타나는 서사보다는 연속적으로 콜라주되는 각 장면의 이미지가 중점이 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문학보다는 영화를 관람한 뒤 그 감상을 시로 표현하고 어떠한 장면을 묘사한 것처럼 서술됩니다. 만화보다는 일러스트, 또는 영화의 스틸컷에 가까운 화풍을 지닌 타츠키의 작품과 또 하나의 공통점이겠네요.
각 파트에서 중심이 되는 이미지는 로드킬 당한 새, 차량, 그리고 남자입니다. 이중에서 남자는 첫 번째 파트와 세 번째 파트에서 중심을 지탱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둘 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첫 파트에서 로드킬 당한 새는 마지막 파트에서 차에 치인 할머니와 연결됩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새는 그것에게 연민을 느낀 남자에 의해서 던져지고, 할머니는 사고를 은폐하려는 남자에 이해 던져집니다. 새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지만, 할머니는 살려달라는 단말마를 흘립니다. 그리고 세 번째 파트의 남자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는 차량의 경고음을 들으며 불안해합니다.
영화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지만, 두 번째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사운드입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다소 무시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사운드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죠. 이 글에서도 새의 노래라는 중요한 사운드가 세 파트에 걸쳐 반복적으로 묘사됩니다. 새나 할머니가 등장하지 않는 두 번째 파트에서도, 가족은 왜 고장났는지도 모르고 왜 갑자기 고쳐졌는지도 모르는 차량에서 나와 보름달을 올려다 보며 어떠한 화음을 듣습니다.
이 두 번째 파트는 첫 번째, 세 번째 파트와 가장 동떨어져보이지만, 시간 상으로는 어쩌면 가장 마지막에 해당하고, 그렇기에 여정의 마무리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각자 할 일이 많은 가족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제주도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노래하는 낯선 새는 없는 것과 별 다른 게 없어져 버리죠. 가족은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없었던 일로 치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겪은 가족이 이 가족이 맞는지조차 확실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글을 전부 읽고 보면, 정말로 강한 개성을 가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개성이 긍정적으로 전개되었는지는 각 독자가 이 글을 얼마나 깊게 읽을 수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래도 여전히, 직관적이기보다 여러 번 돌려보면서 암호를 해독하는 기분으로 감상하는 작가주의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