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처럼 9시 뉴스나 신문기사, 인터넷 기사 등에서 사건 사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때가 있었을까. 물론 예전에도 이런 사건들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나,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로 각종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가 느끼는 빈도는 훨씬 증가했다. 이에 비례해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이나 우울, 걱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증폭되는 듯하다. 나조차도 각종 언론에서 쏟아내는 보도를 보고 있자면 여기가 현실인지 소돔과 고모라인지 종종 헷갈릴 때도 많고, 망조가 들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으니까.
특히 최근에 보도된 몇몇 사건들을 보고 있자면 ‘저게 사람이 되어서 할 수 있는 짓인가?’ 혹은 ‘사람이 저런 짓을 했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이 아니라 악마가 저지른 짓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악마들의 대화>에서도 그런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사망한 원인과 장소, 그리고 피해자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얼핏 보면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읽는 우리는 딱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끈 장본인들이 악마라는 것. 낡고 오래된 물건들에 혼이 깃들어 어떤 존재로 탄생할 때, 우리는 그걸 도깨비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그런 고정관념을 살짝 비틀었다. 도깨비가 아닌 악마로 바뀌어, 그들이 어떻게 인간세상에서 영업하는지를 보여준다. 인간들의 공포와 절망, 좌절이 극대화되었을 때, 그들은 그것을 최고로 맛있는 향신료 혹은 양념으로 여긴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증폭되고 최고조에 달할 수록 악마들은 ‘계약금’과 ‘잔금’을 다 치르고도 남는 게 있다며 즐거워한다. 타인의 고통을 기뻐하고 절망에 행복해하는 존재들이니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할까.
이 악마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수렁 속에 빠뜨리는데, 이 과정을 익살맞은 대화와 으스스한 서술로 채우고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잔혹한 묘사가 가끔 등장해 불편할 수는 있으나, 그 부분만 유의한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슨 수를 써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절망을 유머와 함께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