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처음 <사랑하는 지구인에게>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외계 생명체 그 중에서도 지위가 높은 자가 마치 교장선생님이 훈화말씀을 하시듯 지구인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들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 작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엉뚱했나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연애물이나 로맨스물같은 장르는 아니겠지만, 문장 한 줄 한 줄,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문장들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읽는 내내 마음이 좀 몽글몽글 해졌다고나 할까요.
Q.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작품의 화자는 B612별에서 지구에 불시착한 행성인입니다. 우리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을 보며 외계나 우주의 이야기들을 접하듯이 B612 행성에서 온 이 행성인 또한 공상과학소설을 읽으며 지구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책에서 만난 지구와 지구인은 공격적이고 난폭해보이며 위험한 곳입니다. 이는 잘 모르는 존재, 미지의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 막연하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지요. 그런 존재들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두려움에 배척하거나 차별하거나 우리와는 다른 존재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불시착한 행성인은, 우연히 마주친 문영을 미리 판단하기 보단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살펴봅니다. 그리고 지구인으로서의 문영을, 죽고싶어하는 문영을 이해하려 하고, 우주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기도 하지요.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존재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 그 존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가 이미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서간체 형식의 소설입니다. 그래서 마치 독자가 문영이 된듯한 경험을 하게 하죠. 어쩐지 서간체라는 형식이 더 소설을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기도 하고요. 게다가 지구인으로서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외계에 있는 행성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다보니, 지구인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나도 약하디 약한 존재라서 끊임없이 도망치려 하고 스스로를 사라지게 만드려고 하는 존재말이죠. 그런 지구인에게 이 행성인은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지구인들이 있는 그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죠. 그런 문장들을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지고는 했습니다.
행성인으로서 지구인을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사랑, 행성인과 지구인의 사랑, 벌레의 몸에 들어가버린 존재에 대한 사랑 등 이 작품에는 우리 존재와 우주, 그리고 사랑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담겨있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몽글몽글하면서도 먹먹해지기도 했던, 그런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지요.
Q.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한 회 한 회 읽으며 간직하고 싶은 구절들이 많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같은 일상이라도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일상이 다르게 느껴지듯, 지구인으로서의 우리 모습을 행성인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모습은 좀 더 새롭게도 안타깝게도 또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마음이 몽글몽글,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