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행성에서 펼쳐지는 SF의 향연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유로파 (작가: 행성케이투, 작품정보)
리뷰어: 잘난척사과, 23년 7월, 조회 64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SF 작품 하나를 꼽아보라면 단연코 앤디 위어의 마션 Martian입니다! 라며 목청껏 우겨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해당 작품의 인기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를 살펴보면 어드벤처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드 SF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여러 위험한 상황들과 와트니의 대처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결국 리들리 스콧이라는 거장의 손을 거쳐 극장 상영으로까지 이어지는 행운을 거머쥐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활극이 주된 요소로 작용하는 SF 작품이라는 뉘앙스인데, 지금 소개할 -유로파- 가 그러한 요소들을 많이 품고 있어 흥미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목성의 위성으로 널리 알려진 유로파에서 외계 생명체 – 우르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회춘하는 기적을 실현한 인류에게 더 이상 유벤타(회춘약)가 없는 삶은 있을 수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유벤타 생산 시설이 있는 유로파에 전염병이 발생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최초의 우르 사냥꾼, 김영하 박사가 유로파로 급파된다. 인류의 영웅이었던 김영하는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에는 별 볼 일 없는 강사일뿐인데…

시놉시스만 봐도 이미 흥미로운 키워드가 다수 등장한다. 유벤타(회춘약), 외계 생명체, 우르(외계생명체) 사냥꾼 등등… 작가는 초반부터 SF 장르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소재로 미끼를 흔들고 있고, 덥석 물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그 미끼의 첫 느낌은 꽤 괜찮았다.

글의 시점은 일인칭으로 고정되어 있다. 화자가 한 명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굳이 전지적 시점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주인공의 내면을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은 편안한 글 읽기를 도와주기에 장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여차하면 유치해지기 쉬운 부분이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전지전능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점이 고정되기 때문에 사건 자체가 주인공의 행보만으로 좁혀지는 것은 글쓰기의 난도를 높이는 주범이 된다. 단순히 사건을 주인공 위주로만 서술하다 보면 판을 크게 만들었을 때 너무 구멍이 크게 생길 수도 있고, 사건의 묘사가 허술해질 수 있기에 글쓰기의 난도가 높아진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을 동일하게 체험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은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개인적으로 일인칭 글쓰기가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유로파의 작가는 균형감 있게 시점 유지를 적절히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인물간의 대화로 풀어나가는 부분이 살짝 많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완급 조절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처음부터 장기 연재를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니면 후반부의 내용이 긴것인지 모르겠지만, 본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 이미 1,000매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이제야 본론의 시작점을 살짝 넘어갔다는 느낌이다. 전체 분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늘어지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글의 템포 자체가 조금 느리다는 인상. 다만 글 자체가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간신히 지속적 지루함의 능선을 넘어서는 기분인데, 조금 더 쳐낼 부분은 없었는지, 압축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다.

극 초반이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과거 회상 이야기가 꽤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굳이 극의 진행 순서를 바꿔서 배치할 필요가 있나 싶다. 아예 처음부터 시간 순서대로 진행하는 게 더 낫지 않았나 하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좋은 이야기 흐름을 막아버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기 전의 숨 고르기라고 하기에는 과거 이야기 분량이 작지 않기에 호흡의 강약 조절이라는 측면에서는 약간 오버 또는 미스라고 판단된다.

본 작품은 최근 브릿G에서 읽어본 작품 중에서 가장 하드SF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본인이 로버트 하인라인의 추종자이자 아서 C. 클라크를 구루로 모시고 있는 입장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SF는 언제나 옳다. 마치 메탈리카가 진리이듯이 :)

농담 같은 진심은 잠시 뒤로하고 다시 작품에 집중하자면, 좋은 작품들이 항상 그러하듯이 작가가 여러모로 고심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단순 묘사로 넘어갈 법한 장면에도 과학적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진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설득력을 가지는 게 SF 장르가 가지는 맛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본인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서 겸손해 할 필요가 없다. 어디서 이러한 이론을 가져왔는지, 어떻게 구상 했는지에 대한 출처를 각주로 표기하거나 작가의 말로 등록한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미지의 행성에서 미지의 생물체를 다룬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된 본 작품은 이제서야 본격적인 모험이 진행되고 있기에 더 많은 분석을 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읽은 부분들만 놓고 봐도 이후의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방대하고 정밀한 설정과 함께 유려하다고는 못하겠지만 SF작품에 어울리는 건조한 문체로 서술되는 꼬리에 꼬리를 물던 의문들도 슬슬 해소될 조짐이 보인다. 과연 그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그리고 초반의 흥미로움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클라이막스까지 끌어갈 수 있을지, 유벤타라는 매우 흥미로운 소재를 어디까지 가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는 말을 끝으로 맺음한다.

ps : 본 글을 쓸 당시 20화까지 연재된 상태였고 업로드 시점에는 이미 40화까지 진행된 작품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비축분을 업로드 하다보니 이런 아쉬운점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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