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목을 어떻게 쓰나 하다가, 제가 부족한 탓에 실례를 무릅쓰고… 읽으며 어렴풋이 떠올렸던 다른 걸작들의 이름을 엮어보았습니다. 엑스파일, 환상특급 생각도 좀 났는데, 처음 보는 오컬트 서비스센터에 온갖 전통 신과 귀신들, 부적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다뤄주신 까닭이 아닐까 합니다. 장편보다는 옴니버스에 가까운 구성이란 생각을 했는데, 특히 초중반부에 승환, 혜호 사장님 중심으로 손님들 일화를 다루어서 그런 것 같아요. (출근길 독서 루틴에 최적입니다!)
별 희한한 의뢰인/손님들이 와서 작품 이름처럼 기이한 전개와 해결을 겪으며 대체 이거 뭐 하는 사람들인가 싶을 때쯤 툭 튀어나오는 승환, 철규, 혜호 사장님의 과거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철규 에피소드는 나중 편집의 문제일지 조금 갑툭튀 느낌도 있었지만, 그 이루지 않고 남겨두는 마음의 깊이가 너무 슬프고 아파 그냥 좋기만 했습니다. 또 작가님이 혜호 사장님을 아무리 퉁명스럽고 밉살스레 묘사하려 해도 가장 사랑을 쏟은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4대보험이나 연차는 잘 챙기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오랜 저주나 원한을 소재로 쓰면서도, 지금의 주제를 놓치지 않는 점도 좋았어요. 공항에서 퍼져나간 역병과 손님 이야기가 특히 그랬는데, 아 정말 저렇게 물리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혹시 이런저런 노력도 있었지만 끝내 어쩔 수 없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네요. 무심하고 무상한 손님의 언행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역병이 나쁘지 그 걸린 사람들의 죄는 아닐 텐데 싶었고요. 제목처럼 기이한 이야기들이지만 승환이나 혜호가 요즘 우리들의 생각과 농담까지 보여주는 점도 반갑습니다. 너무 무겁거나 무섭지 않게,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를 잘 조율하신 거 같아요.
후반에 이르면 더 크고 긴 사건들도 보이는데, 이 오컬트 심부름센터가 정말 크고 어려운 일에 휘말리면 어떻게 대처할지 못된 궁금증도 생깁니다. 소개는 되었으니 진짜 위기/사건을 보고 싶은… 하지만 누구도 잃거나 다치지 않았으면 싶고 어쨌든 다시 만나고 싶은 것입니다. (손님으로 찾을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