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광고하지 않아도 소문으로 알음알음 퍼진 작은 심부름 센터에서 오컬트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해준다는 배경에 다양한 고객들의 우연한 사고, 복잡한 가정사 등등이 짧게 짧게 이어지다가 심부름 센터 직원의 어두운 과거사가 풀리는 것까지, 익숙한 형식의 작품이라 내용물인 세계관과 주제에 쉽게 집중할 수 있어서 즐겁게 봤습니다!
독자처럼 심부름 센터라는 배경 설정에 익숙하지만 어떤 세상인지 모르는 승환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사건을 하나하나 겪어가는 과정이 꼭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발부터 천천히 몸에 물을 끼얹는 과정 같았습니다. 함께 놀라고, 궁금해하고, 추리하다 보니 캐릭터도 눈에 익고 친근감이 들 무렵, 시실은 이 캐릭터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펼쳐지는 과거사는 흥미로웠고요.
작품 내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역시 혜호가 거진 평생을 고민한 질문이죠! 후반에 등장해서 독자도 계속 생각해야 했던 질문이니까요. 그리고 앞서 겪은 다른 사건이 그 이야기가 끝나면서 잊히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 남아 있어서 나중에 언급되거나 쓰이는 것도 좋았습니다. 정말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 것 같아서 이런 세상이 제가 사는 현실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어요. 이런 느낌이 현대 배경 어반 판타지의 장점이죠! 제가 여기 나온 일을 실제로 겪는다면 아마 심부름 센터를 찾을 생각도 못 하고 벌벌 떨다가 비명횡사할 확률이 더 높겠지만요…
개인적으로 홀로 오롯해서 강력한 신보다 인간이 바치는 제물이나 의식, 하다 못해 믿음이라도 있어야 힘을 발휘하거나 존재할 수 있는 신을 좋아해서 기이담의 설정은 굉장히 취향이었어요!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신에게 의지가 있는 게 제겐 의외였습니다. 신은 섭리고 규칙이어서 자신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스를 수 없다는 점도요! 인간 개개인이 너무 작다며 잘 가늠하지도 못 하면서 잘잘못은 기깔나게 따진다며 한창 불만이 가득할 때 터진 승환의 대답이 종교적인 숭고함마저 느껴질 정도라 이래서 자기보다 큰 존재를 상상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외전까지 다 읽고 해피 엔딩의 여운에 젖어 마냥 좋기만 했는데, 리뷰를 쓰면서 생각해 보니 사장님도 자주 신세지던 신녀님도 하루 아침에 죄다 떠나셔서 이제 심부름 센터는 어찌되는 건지 걱정되네요… 그럭저럭 지식이 있으니 남은 직원으로 해낼 수 있을까요? 없어지면 저보다 승환이 더 슬플 것 같은데요…
이래도 되는 거냐! 이럴 수가 있냐!! 하면서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