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상문 안에 내용이 조금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 한국 도심 어딘가에 아는 사람은 알고 있어 곤경에 처한 이들이 물어물어 찾은 끝에 방문한다는 영험한 오컬트 사건 해결 심부름센터의 이야기입니다.
심부름센터의 직원은 4명으로 정체를 모르겠는데 강해보이는 사장 혜호, 접객 및 잔일과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하며 독자 입장에서 화자를 맡는 승환, 의뢰 중 힘쓰는 일을 맡고 있고 애틋한 사연으로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철구, 깨깨 말랐다는 존재감 없는 현식 이렇게 넷이지만 자주 도움을 주는 영험한 무속인 수영까지 하면 다섯 명이에요.
직원은 다섯이지만 주로 등장하고 움직이는 직원은 승환입니다. 의뢰인이 찾아오고 사장이 승환에게 의뢰에 관련된 일을 맡기면 접객부터 상담, 가이드부터 가드까지 온갖 일을 도맡아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다치고 죽을 뻔하다가 사장인 혜호가 나타나거나 해서 해결되는 형식입니다. 의뢰 이외로는 승환과 혜호, 철구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고요.
옴니버스로 구성된 호러나 오컬트 작품을 좋아했어서 기이담을 만나 읽어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익숙하면서 새로웠고 재밌었습니다.
‘나폴리탄 룰’ 처럼 현시대에 유행하는 규칙괴담과 한국 요괴가 연결된 이야기는 기발하구나 생각했고요.
의뢰로 들어오는 사건들은 한국 색채가 강한 이매망량들이 주 원인인데 현대 한국사회가 배경이니 온갖 종교들과 여러 사건·사고에 얽힌 원념이 다양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텃세 때문인가 전통적인 사건이 많습니다.
한국 이매망량 뿐만 아니라 우리 옛 신인 동수자와 바리데기도 등장하는데 ‘아니, 나름 사소한 일에 이렇게 옛날옛적 유명하신 분이 쉽게 등장해도 되는 걸까?’ 싶어 놀라기도 하고 ‘신격 잃으니 인간과 주변에 피해주는 그냥 악령인데 살려고 자기 방어한 인간 끌고 와서 벌주네 마네 하며 을러대는 모습’이라든가 ‘실상 방임으로 보이지만 자유를 준거다’,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든가 ‘사실 신들은 인간을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
이건 인간에게서 만들어진 신이 보여주는 인간본위적인 모습이구나 싶어 크게 감흥 받지 못했습니다.
메인테마인 혜호와 승환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의뢰를 받고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