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우주가 당신에게 무탈하기를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오빠의 시간여행 (작가: 푼크툼,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4월 30일, 조회 24

우리는 누구나 처음 인생을 산다. 한 번 사는 삶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인정받는 이들에게도 크고 작은 실수를 하던 때는 반드시 있다. 지구상에 ‘완벽하게’ 살고 가는 이는 없다. 살면서 하는 후회는 선택의 수에 비례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무의식에 선택하지만, 모두가 성공적이지는 않다. 작게는 점심 메뉴부터 크게는 진로와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까지. 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작은 고민부터 며칠 밤낮을 새우고 손을 떨게 하는 걱정까지. 삶의 선택지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우리가 갈등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내가 골라야 하는 이 갈림길. 양쪽 끝에 나올 결과를 저울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 다 성공일 수도 실패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상하게 나의 선택이 성공이라면 반대편은 실패, 실패라면 반대편은 성공일 것만 같다. 미래를 보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으니 누군가 ‘이리로 가거라’라고 점지라도 해줬으면 좋겠는 심정일 때도 있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을 평생의 경우의 수 중 내가 걸어온 길은 오직 한 가닥이다.

사람이 한 번의 갈림길에 서면 그 결과에 따라 두 개의 평행 우주가 생긴다고 상상해보자. 한쪽 세상의 나는 A를 선택했고, 다른 쪽 세상의 나는 B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들이 각각 살아가는 와중 또 발생하는 선택 C/D, E/F로 인해 A-C, A-D, B-E, B-F라는 우주가 생긴다. 이렇게 모든 경우의 수에 맞게 만들어진 수많은 평행 우주를 엿볼 수 있다면, 그곳에서 살고 있는 나와 단 한 번이라도 대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실수를 바로잡는 법, 나의 잘못된 삶을 되돌릴 길이 어딘가에 있다면 사람들은 일정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그것을 택할 것이다.

멀티버스로 우리에게 익숙한 다중우주론의 한 갈래는 수년 전부터 다양한 콘텐츠 안에 녹아 재생산되고 있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의 결과를 어떻게든 들여볼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멀티버스 세계관은 인간의 욕망을 쉽게 건드린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들여 현대적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마블 유니버스의 창작물들과 최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매트 헤이그의 장편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Midnight Library)』 역시 멀티버스를 적극 차용한 콘텐츠다. 인류 역사의 오판이 없는 행성부터 나 한 사람의 은밀한 실수가 사라진 세계까지. 멀티버스는 개인과 사회, 집단과 우주까지 상상의 제한이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선택의 분기점에서 발생하는 다중우주는 ‘시간여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 선택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발생했을 당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로 동시대의 다른 평행 우주로 이동한다면 시간여행은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갈림길의 시작점에서 인생을 다시 살기로 결심했을 때는 회귀가 필수적이다. 다중우주와 회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둘의 접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정 선택에 따르는 후회가 깊을수록 사람들은 다른 방향이 옳았으리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시간여행을 통해 다양한 우주를 경험하길 원한다.

여기, 죽음을 앞둔 오빠에게서 수수께끼 같은 말을 들은 한 여성이 있다. 그녀의 오빠는 사고로 숨지기 전, 자신이 시간여행자였다고 고백한다. 보통의 남매 관계에서 평범한 어느 날 이런 말을 들었다면 장난이나 헛소리로 넘기겠지만, 그의 오빠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지만, 죽기 직전의 사람이 가장 아끼는 동생에게 틀린 말을 할 리 없다.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소중히 아껴 꼭 필요한 유언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자신이 시간여행자라니. 이 여성은 그날의 기록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오빠가 자기 입으로 시간 여행자라고 말했을 때, 나는 기어이 오빠가 미쳐버린 모양이라고 생각했어.”

 

 

1. 지극히 사적인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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