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지도 않고 재미없지도 않다.” 아마 이 한 마디가 제가 그동안 엽편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들은 평가일 겁니다. 아무리 제 스스로 기발하고 개쩌는 소재라고 생각하고 썼어도 남들의 평가는 대체로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다른 작가의 엽편을 읽을 때 가장 많이 느끼는 감상이기도 합니다. 엽편은 나뭇잎 한 장에 다 적을 수 있는 글이라고 할 정도로 분량이 짧은 장르입니다. 그래서 독자가 충분히 감정이입을 하거나, 소설 속 세계에 푹 빠지거나 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다 읽었을 때 느끼는 감동의 깊이도 비교적 얕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분량이 짧기 때문에 “재미없다.”라는 감정도 깊게 느끼기 힘듭니다. 미술관을 달리면서 본 그림에서 어떤 평가를 내리기 힘든 것처럼. 그래서 재밌지도 않고 재미없지도 않다, 라는 말은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 않을까? 저는 일단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정도의 평가면 장단편이 아니라 엽편에서는 평타는 친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두가 길었군요. 결말의 개행 연출은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전율같은 건 없고 그냥 재밌지도 않고 재미없지도 않았습니다. 엽편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이런 엽편을 계속 쓰다보면 어느순간 재밌는 게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