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소년은 성장한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곰팡이 (작가: 적사각, 작품정보)
리뷰어: 소금달, 23년 4월, 조회 34

타임리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거칠게 나눠보자면 크게 두 부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시간에 갇힌 경우, 본의 의지로 특정 시간으로 되돌리는 경우.

이 작품은 전자에 속한다. 주인공 지우는 어째서인지 1년이 훌쩍 넘게 (정확히는 473일째)같은 날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자기처럼 같은 날을 반복하는 아이 현우를 발견한다. 현우는 이제 갓 55일차다.

(여기서 의문- 왜 둘다 날짜를 세고 있는지, 계속 반복일텐데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하는지도 궁금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지우의 앞선 418일간 현우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는데, 왜 지우의 419일째부터 현우도 함께 그날을 반복하게 된 걸까?  지우의 반복과 현우의 반복 날짜가 다르다면 둘의 시작 원인이 다르다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탈출 열쇠도 달라야 하지 않나?)

시간에 갇힌 사람이 둘 이라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런 현실에 대한 둘의 태도가 정반대라는 것도 재미있다. 한 명은 이 반복을 끝내고 싶고, 한 명은 이 반복에 갇히고 싶다. 그렇기에 초기에 둘은 협력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루프물에서 그렇듯이, 이들은 무한한 시간을 가졌고 그 시간들로 서로를 이해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그들을 성장시킨다.

개인적으론 특히 이 과정들이 좋았다. 작지만 단단한 아이와 크지만 상처로 약해진 아이. 둘은 초기 서로를 오해하고 각자만의 길을 간다. 그러나 태생이 모질거나 못되지 못한 두 아이는 그러면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한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해결 가능성을 찾았을 때, 둘은 서로를 배려해 각자의 희망을 내려놓는다.

특히 지우에게 쉽지 않았을 그 결정은, 두 아이가 수없이 반복해 보낸 3월 20일이 조금도 헛된 날들이 아니었음을, 무수한 그 하루 속에 둘이 훌쩍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또 그 과정이 순탄하고 아름다운 꽃길만은 아니라는 점이 좋았다. 특히 지우가 어떤 가능성을 깨닫고 혼자 빈 집에서 우는 장면에서는, 이 인물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잘 드러나는 듯 해서 무척 좋았다.

둘이 의기투합한 이후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듯 흐름이 빨라진다. 하나의 방법을 고안하고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앞 부분들보다 역동적이다. 그리고 마침내 둘은 목표를 이룬다.

그 짜릿한 성공이후 에필로그처럼 뒷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뒷 부분에서 지우가 보여주는 성장과 변화는 기분좋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지우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감당하기 힘든 시선들을 이겨내고, 어설프게나마 누군가를 돕는다. 그렇게, 소년은 성장했다.

끝으로, (가감없이 써달라는 작가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쓰는 매우 주관적인 감상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까지 서두가 좀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와의 일화는 둘의 관계 이해에 중요하다 싶지만 지우의 프렌치토스트 취향이나 학교 시설 구조가 그리 자세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특히 (스포방지를 위해 이름은 말고!)그 인물이 사건 전반에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지우와의 구체적 관계는 분량 2/5는 넘는 지점에서 나오기에, 성격 급한 독자는(이런 독자라 죄송해요ㅜㅜ)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길다는 느낌은 후반에도 좀 비슷해서, 우주와의 일화는 지우의 변화를 보이기 위해 중요하지만 현우와의 통화나 반 아이들 태도 등은 하나로 묶어 풀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또 졸업식날 묘사에서는 주제가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감상은 어디까지나 매우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읽는 분에 따라 다르게 느끼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해 보시길 권한다.)

탁월한 요리사는 평범한 식재료들로도 새로운 조합을 생각해 멋진 맛을 찾아내는 사람이 아닐까? 이 소설 역시 흔한 두 소재를 신선하게 엮어냄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멋지게 풀어낸다. 인물과 인물간의 관계, 지우의 심리, 그 마음의 변화과정,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묘사, 지우의 성장까지, 긴 호흡을 매끄럽게 풀어내는 솜씨에 감탄하며, 작가님의 꾸준한 집필 활동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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