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로의 도전적 산책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귀신 부르는 심부름집의 일일 (작가: 이소플라본, 작품정보)
리뷰어: 해리쓴, 23년 4월, 조회 62

1.

<기이담>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오컬트 전문 심부름 센터물’이 되겠습니다. 오컬트 사건과 심부름 센터라니.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조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번쯤 들춰보지 않고 배길 수가 없죠. 한편으로, 그토록 자연스레 흥미를 끄는 조합이라면 이미 충분히 다루어졌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보통 오컬트물은 서양 신화나 기독교 문화에 기댄 내용이 많은데, <기이담>은 오직 한국의 신화와 전설, 악귀, 요괴 등만을 차용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개인적으로 그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한국적인 소재를 끌어낸 것 자체만을 새롭다고 볼 수는 없겠죠. (한국적 오컬트 소재에 ‘사건-해결’구성을 보여준 소설이라면 <퇴마록>이나 <신비소설 무> 등 많이 있었으니까요) <기이담>에서 신선하게 느낀 점이라면 현대적 업데이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순한 퇴마물이나 무속 소재가 주기 쉬운 토속적인 정서가 아닌, 지금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이한 이야기의 괴상한 부분에는 그 시대의 불안이나 고민이 담겨 있기 마련이니까요.

 

2.

자연히, 한 가지 질문이 생겨납니다. 왜 한국의 신화와 전설일까요?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서? 독특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서? ‘아니, 재미만 있으면 됐지, 그런 질문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사실 틀린 말도 아니죠). 하지만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재미란 것이 금방 공허해지고 만다고 믿습니다.

요즘처럼 믿음이 얕은 시대가 아니라 조선시대라면 그 정도도 차원이 다를 것이다. 지금이야 신이 있네 없네 하는 마당인지라 아무리 숭엄한 동상을 세워도 신격이 깃들 정도로 정기가 모이지 않지만…

신이 죽었다던 니체의 선언을 끌어오지 않아도, 사람들은 점점 신을 믿지 않는 시대입니다. 신이라는 관념 자체가 냉소를 부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이런 경향은 심해지겠지요. 하지만 신이 부재한 자리에서 인간은, 인간의 삶은 정말 괜찮은 걸까요? <기이담>은 한국의 신화와 전설을 끌어모아 신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상과 천국으로 나뉘는 서양의 이원론적인 신이 아닌, 산과 강, 우물과 집, 장승 등 평이한 장소에 존재하며 사람들의 염원과 공물을 먹고 살던, 그런 우리의 신들을 통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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