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인간, 폭력과 전위의 줄다리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길고양이 (작가: 피스오브마인드,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3년 3월, 조회 28

‘고양이’라는 동물은 예로부터 인간과 독특한 유대 관계를 형성해 왔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신과 악마의 이미지가 공존했으며 이 때문에,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추앙 또는 박해받았다. 질병을 옮기는 골칫거리 쥐를 잡아주는 고양이를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으로 숭배하거나 가축으로 들여 길렀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가 신의 화신이라고 생각하거나 고양이 자체를 신으로 생각하고 소중히 여겨 인간과 함께 미라로 만들어 장사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녀사냥의 역사에서 고양이가 대거 살해당했다는 기록도 있다. ‘마녀’라고 일컬어진 수많은 여성 또는 점술사들이 얼토당토않은 사유로 죽임당할 때 그들이 들여 키우던 반려 고양이 또한 함께 화형당했다고 한다.

고양이처럼 인간 역사와 얽히고설킨 동물이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작가들은, 특히 환상 문학을 쓰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좋을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검은 고양이」는 고양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길함을 기묘한 살인과 연관하여 추리와 공포 소설의 대표로 불린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SF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일명 ‘고양이 3부작’이라고 불리는 장편소설 세 편(『고양이』, 『문명』, 『행성』)을 완결했다. 그는 고양이의 시점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고양이가 자신에게 이식된 USB를 ‘제3의 눈’이라고 부르며 인간의 지식을 흡수하고 활용하는 미래를 가정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고양이 3부작 집필 후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출간하며 고양이에 대한 남다른 지식과 애정을 드러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주변을 배회하는 고양이가 많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을 돌보거나 학대하는 이들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고양이를 괴롭히거나 죽이고 심지어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을 이유 없이 혐오하기도 한다.

피스오브마인드 작가의 단편 〈길고양이〉는 위에서 언급한 고양이의 신비함과 인간과의 특별한 관계, 고양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랑과 혐오를 동시에 녹여낸 소설이다. ‘그’라는 삼인칭 주인공을 중심으로 두 여자가 있다. 이 여자들은 고양이를 한없는 사랑으로 돌보거나, 고양이가 당하는 학대를 무심히 방치한다. ‘그’는 두 여자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고양이는 ‘그’의 내외적 갈등을 감시하듯 지켜보며 ‘그’에게 묘한 신비감을 뿜어낸다.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다. 네가 두 여자에게 품은 마음을 똑똑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그’의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죽어 나간다. 마치 그를 둘러싼 혼란처럼 이유도, 원인도 없이.

 

나는 네가 어젯밤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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