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커플의 다음 활약이 더 궁금해지는 파일럿 감상

대상작품: 달빛수사 (작가: 연여름, 작품정보)
리뷰어: 뇌빌, 23년 3월, 조회 18

보수 없는 야간 근무를 “달빛 수사”라고 말하는 백선아야말로 내추럴 본 고용주일까, 1화를 읽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어떤 의뢰인이 어떤 일을 맡겼든 희우와 재은, 이 둘이 다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딛고 함께 서는 것이 중요한 이야기였구나 싶다.

의뢰 받은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희우와 재은의 과거사를 조금씩 들추어보게 되는데, 회차마다 희우가 잘못했네, 재은이 힘들겠다, 희우도 사정이 있었네, 재은이 조금만 용기를 내면 어땠을까, 하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어른의 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하는 ‘정확한 사과’를 제때 하지 못해 희우도 재은도 선아도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싶은데, 그보다 서로를 위한 마음이 조금 더 깊었기에 이런 사건을 통해 서로 화해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제주에서 하나를 만나 따로, 같이 설득하는 장면은 그 화해의 순간을 담으면서도 그 바탕이 된 마음을 간접적으로 – 딱 소리가 안 들리는 위치에서 서로 이야기하며 흘깃 쳐다볼 수 있는 정도의 위치에서 –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다.

10화의 “숙면”으로 “달빛 수사”를 끝맺었어도 참 좋았을 것 같았는데, 딱 한 회를 더 들여 지난 오해를 서로 풀고 살짝 간지러운 고백을 통해 관계를 굳게 만들어주는 구성도 귀엽고 좋다. 그리고 이제 막 함께 행복해지는 커플에게 미안하게도, 이들에게 찾아올 다른 사건과 위기가 궁금해지는데, 그건 어떤 일을 겪든 지나고 나면 더 굳어질 관계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담과 상처를 덜어낸 재은이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발휘한다면 어지간한 사건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하는 걱정도 들고, 주인공 커플이 행복한 미스터리 시리즈는 어쩔 수 없이 긴장이 느슨해지는데 하는 걱정도 들지만… 뭐 어떻게든 위기는 찾아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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