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깊이가 탄탄한 미스테리 소설 감상

대상작품: 사라진 종말론자 (작가: 온실라,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시간 전, 조회 6

정통 추리 소설의 시작이 어디인지 사실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보통 오귀스트 뒤팽의 등장을 그 시작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더군요. 이후 수많은 탐정과 수사관 혹은 한 동네에서 평생을 산 할머니나 까페에서 소일하는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멋진 추리 능력으로 미스테리 독자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당연히 그들의 직업 또한 아주 다양했는데, 제 기억 속에 유독 남는 사람은 바로 브라운 신부입니다.

행동도 굼뜨고 가는 곳마다 실수 연발인 그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눈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포와로와 비슷하고 주변 상황이나 작은 단서를 통해 사건을 파악하는 관찰력은 홈즈나 파일로 밴스 같습니다. 그야말로 탐정의 토탈 패키지 같은 완성형 수사관입니다. 그럼에도 성직자라는 직의 특성 때문인지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물론 세계적인 범죄자를 직접 쫓아 체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은 정식 수사관들에게 맡깁니다. 아무래도 성직자가 범인과 직접 격투를 벌이거나 살인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건 당시 신부에 대한 인식을 생각하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성직자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구도자의 느낌이 있어서일까요? 성직자가 사건을 추적하는 작품 속에서의 그들은 보통 다른 능력보다도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탁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작품 [사라진 종말론자]의 에녹 목사 또한 그렇습니다. 이단으로 불리는 종교 단체에서 탈출한 남자의 부탁을 받고 단체 내에서의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 속의 에녹은 나이가 확실히 설명되어 있지는 않지만 짧은 대화 만으로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 볼 줄 알고 관찰력 또한 뛰어납니다. 논리의 헛점을 파고들며 날카롭게 찌르는 파일로 밴스 같은 전문 탐정 스타일이 아니고 미스 마플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을 침착하게 살피면서 물리적 충돌 없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어찌 보면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복잡한 두뇌 싸움 대신 등장 인물 간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대화와 잘 짜여진 사건 구성으로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긴장감을 잘 잡아나갑니다. 일단 서두부터 독자들이 관심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 거리를 꺼내 넣고 중간 중간 시선을 끌기 위한 극적 요소보다는 매듭을 천천히 풀어나가듯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그 속도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추리 소설에 생각지도 못 한 반전이 수 차례 등장한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결국 트릭에 현실감이 떨어진다면 그 매력은 반감되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은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실종 사건의 트릭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대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 사건을 모두에게 이롭도록 해결하는 에녹 목사의 지혜가 두드러지는 매력적인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리 소설은 어렵습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으면서도 누구도 생각지 못 했던 트릭을 만들어내는 건 추리 소설 작가들에게 출제자도 답을 모르는 숙제를 하라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추리 소설은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작품 [사라진 졸말론자]입니다.

갑자기 저도 추리 소설에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독자분들께도 즐거운 도전이 될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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