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x나라, 당x마켓, 번x장터.
요새 많이들 쓰는 중고시장들이다. 더이상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판매하거나 꼭 필요한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종종 이용하는 편이다. 나같은 목적으로 중고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리셀러들이다. 한정판 제품들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구입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새로 되파는 사람들. 일종의 재테크라 보는 사람들도 있고,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선호는 중고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편에 속한다. 선호의 취미는 한정판 운동화를 모으는 것으로, 학창 시절 친구에게 빌려서 신어 보았던 경험이 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2학년이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를 신고 왔다. (중략) 나는 그 친구에게 한 번만 신어보자고 부탁해 농구화를 신어보았다. 맞춤처럼 발에 착 감기던 새 운동화의 감촉이 아직도 발끝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지금은 그 친구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빨간색과 검정색이 어우러진 그 운동화는 사진을 찍은 것처럼 정확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 뒤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사람의 기억이란 얼마나 주관적인지. 선호는 운동화를 친구에게 ‘빌려서’ 신어보았을 뿐이었겠지만, 그 ‘친구’도 과연 그렇게 생각했을까?
하지만 신발 며칠 빌려 신었다고 강제전학까지 가게 되자 억울했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이 바보도 아니고 진짜 신발을 빌려 신었다고 강제전학 조치까지 취하겠느냔 말이다. 소설의 서술자가 선호이기 때문에 처음엔 선호의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지만, 이런 미묘한 문장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독자는 선호의 입장에 의문을 갖게 된다. 진짜인가? 혹시 다른 내막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물음들이 쌓이면서 절정까지 속도감있게 소설이 진행된다.
중고 마켓 프리미엄 거래라는 현실과 판매자가 귀신이라는 비현실, 그리고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난다는 소재가 어우러지면서 꽤나 재밌는 작품이 탄생했다. 결말도 깔끔한 권선징악적 엔딩이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벌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앞으로 작가님이 다작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