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바깥으로부터 의뢰(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외자혈손전(外者血孫傳) (작가: 리리브, 작품정보)
리뷰어: DALI, 23년 3월, 조회 91

한국사에서 드물게 존재했던 태평성대에 대한 기록을 읽다 보면 이따금 그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 시기 평화와 안녕의 범위는 어디까지였으며 또한 누구의 것이었을까. 같은 땅을 밟고 살아가면서도 태평성대에서 당연하게 배제되어야 했던 이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술 세계의 끄트머리에 편입된 존재로서 그것이 가져다주는 편의에 어떤 식으로든 물들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오늘,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안녕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익숙한 이데올로기는 누구의 이익에 우선적으로 복무하는가. 모든 개체가 완전하게 행복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끊임없이 이러한 의문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일관적으로 발견되는 우선순위가 한 세계의 윤리관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시절에 무심코 행해지던 관습을 오늘의 기준에 비추어 재검토하려는 시도는 모두 그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겠죠.

 

「외자혈손전(外者血孫傳)」은 시대극의 배경을 조선 후기로 설정하고, 시작부터 『홍길동전』의 서두를 인용함으로써 메시지의 초점을 뚜렷이 하고 있습니다. ‘사방에 일이 없고 도적이 없으며 시화연풍하여 나라가 태평하더라’는 『홍길동전』의 무심한 글귀는, 평범한 이들을 사회가 정한 테두리의 바깥으로 몰아내던 불의한 시대를 역설적으로 증언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요. 「외자혈손전(外者血孫傳)」 역시 그러한 시대적 문제의식을 이어가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야기는 『홍길동전』을 한 번 더 인용하며 막을 내립니다. 태평한 나라에서, 있어도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던 문제 하나가 마침내 바로잡혔음을 암시하는 인용입니다. 이러한 역설적 관점에 따르면, 태평성대란 불의를 외면하는 태도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착시 현상일 수 있습니다. 착시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무사와 안녕이 누군가의 지속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돌아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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