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였을 때만 해도 필자는 명품에 관심 없었다. 가방, 옷, 액세서리를 좋아하고 심심할 때면 유튜브에서 패션쇼를 즐겨보긴 했지만, 명품보단 트렌드가 반영된 패스트 패션이, 중저가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좋았다. 색감이 산뜻하고, 저렴한 가격대이면서 시즌성이 잘 반영돼서 여러 종류를 사서 취향 따라 골라 쓰기 좋아서다. 헌데 30대에 들어서면서도 달라졌다.
패스트 패션은 스타일은 좋았지만, 재질이나 소재가 별로였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색감은 컬러풀했지만 명품의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컬러감은 따라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패션에 좀 더 관심 갖게 되면서부터 디자이너 브랜드나 패스트 패션 모두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을 알게 모르게 따라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짝퉁 아닌 짝퉁을 쓰고 있었다는 기분에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때부터 필자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헤리티지 브랜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갖고 지금까지 장인 정신을 발휘해 온 샤넬이라던가, 에르메스, 고야드에 관심 갖게 된 거다. LVMH처럼 기업화된 브랜드보다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브랜드가 좋았지만, 역시나 비쌌다. 어떻게 하면 ‘저것’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필자는 ‘빈티지 패션’에 꽂혔다. 지금 당장 헤리티지 브랜드의 ‘정점’에 서 있는 ‘그’ 브랜드 제품을 갖지 못할 거면 중고 명품이나 중고 디자이너 브랜드를 사기로 한 거다. 클래식한 라인에 고급스러운 소재감, 그리고 브랜드 철학까지 꼼꼼하게 보면서 지갑을 열었다. 지금 없어진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지금은 기업화된 브랜드의 ‘과거 작품’까지… 돈이 되는 한 차근차근 모아오고 있다. 바로 ‘그래서’ 소설 <명품 중고거래 이야기>가 끌렸다.
빌드업이 다소 길었지만, 심심한 어느 날에 브릿G 플랫폼을 돌아보던 내 눈에 <명품 중고거래 이야기>라는 제목이 꽂혔다. 한 여자가 명품 중고 거래를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라는 소개 글도 매력적이어서 찬찬히 보기 시작한 이 소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좋았던 건 60매의 짧은 분량 안에 기-승-전-결이 녹아 있어 지하철 이동하면서 틈틈이 보려고 켰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는 것! 흡입력 있는 서사와 가독성 있는 문장이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첫 번째 이유였다.
주인공 강사라는 ‘스스로를 꾸밀 줄 모르는’ 여자“였”다. 점심은 대충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해결하고, 욕망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평범한’ 여자. 평상시처럼 푸드코트에 갔다가 먹을 게 없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만 사고 돌아가던 에스컬레이터에서 에르메스 백을 든 여자와 부딪히면서 강사라의 일상은 달라진다. 종이백에 커피가 튀었다고 쌍욕하는 여자에 놀라서 동료에게 그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가 ‘종이 쇼핑백 하나가 5만원에 중고 거래되는 세상, 돈을 주더라도 사지 못하는 가방이 존재하는 세계’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이 소설 <명품 중고거래 이야기>는 우연한 사건을 통해서 ‘명품’에 관심을 갖고, ‘리셀러’를 통한 거래를 하면서 일상이 달라지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와 진짜 나는 어떻게 다른가’, ‘나라는 사람을 외면과 내면을 어떻게 갈고 닦아야만 하는 걸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짧은 글이기에 특별한 주제의식을 말하기는 어렵다. 실상, 이 글을 다 읽고 난 사람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여러 생각을 하게 될 테다. 필자의 경우 스스로 왜 헤리티지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필자 자신이라는 ‘퍼스널 브랜드’로 타인을 매혹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스토리/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헤리티지 브랜드는 바로 그 ‘뿌리’와 ‘줄기’, 찬란한 ‘꽃’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짧은 글이지만 읽고 난 뒤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