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여기에 비하면 현대 사회의 어지간한 문제는 되게 간단해 보이니까요!
아마도요. 확신할 순 없지만 그럴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게 전 제목의 ‘당신’이 아니거든요. 만나는 사람도 적가니와 영화도 사람이 우르르 나오면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분간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려서 옆사람한테 ‘그래서 저 사람이 뭐 하는 누구라고?’ 라고 묻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극장에서 영화를 같이 보는 건 동행인에게도 관람객에게도 여러모로 미안해서 얌전히 집에서 봅니다. 그래서 아까 그 사람이 누구라고요?
얼굴을 볼 수 있는 영화도 그럴진대 이제 글이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거기다 귀하신 분 존함을 아랫것들이 감히 함부로 부를 수야 없지요. 하지만 귀하신 분들 사이에서 애칭 하나 없어야 쓰겠습니까? 이쯤 되면 어릴 때 배운 동요 가사가 떠오르는 거죠.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정말입니다.
그리고 황실이잖아요? 직계만 살펴도 인원이 두 자리를 넘겨도 당연한 게, 주인공은 8자매 중 둘째입니다. 제가 있는 시간대에서는 다섯째까지 혼인했고 아이도 있어요. 이렇게 황위 계승자가 많은데 바람 잘 날이 있겠으며 또 이 분들이 혼자 다니시겠습니까? 나름 있는 가문 자제들이 호위도 하고 시중도 들고 정보도 캐와야지요. 그나마 보고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저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라가 하나 더 있거든요!! 정략결혼이라기에 저는 가문끼리 하는 건줄 알았지요. 해외 파병 나갔을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바다 건너에 나라가 하나 더 있는데요, 여기도 장난 아니게 크고 당연히 대빵 큰 왕실이 있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문화가 달라요.
동양풍 판타지, 중동풍 판타지야 없진 않겠지만 둘이 한 작품에 같이 나오는 건 진짜 머리털 나고 처음 봤습니다. 종교가 다른 거야 익숙한데 인삿말이나 안 먹는 음식 정도지 풍습에 언어까지 다르다고요?? 작가님 혹시 대한국 황실에서 근무하는 이민 마자이란 2세신 건 아니시죠?? 공지의 참고글에 묘호까지 있는 거 보고 기겁했습니다. A4 용지를 반으로 반으로 50번쯤 접으면 달에도 닿는다는 얘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읽으면서 와.. 와… 하던 걸 한 군데다 몰아쓰니 이게 대체 감상인지 한탄인지 모를 내용이 됐는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수업이었으면 밤새 울며 저주할 저 방대한 분량이 재밌어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하지만 선생님도 보시면 이해하실 거예요.
일단 작가님이 어려운 단어는 주석으로 설명해주시고 그 외 사항은 작중에서 보고받는 형식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다가 물밑 암투 같이 대놓고 드러나지 않아서 이거 뭔가 쎄한데? 싶은 건 담대해서 태연하신 주인공 전하 대신 주변인들 울화를 터뜨리며 말해주니 저는 눈치껏 그렇구나 아이고 하면 됩니다.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알고 보면 더 재밌겠지만 저는 제 능력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이곳은 꽃집이고 맛집입니다. 꽃 같은 남자들을 희롱하는 맛이 아주 죽여줘요. 권력 싸움… 오랜 원한… 배신과 협력… 이 모든 게 파도처럼 폭풍처럼 휘몰아칠 때면 저도 끼워주십사 간청하게 되는 식사와 다과 장면이 나와서 그래, 이런 걸 먹을 수 있으니 머리카락 쥐어뜯으면서도 이러고 살지… 하기도 하고 뜨겁게 사랑하는 것 같다가도 곁은커녕 마음 한 자락도 안 내어줄 것 같이 구는 체력, 재력, 신력, 능력, 권력 다 가진 주인공 부부가 보는 사람을 쥐락펴락 농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태워주니 ‘그래서 어떻게 됐대요?’ 하고 시장에서 다른 집 소문 캐묻듯이 다음 편을 읽게 된답니다…
하…… 이제 다음 편 읽으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