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의 찻잔을 흔드는 강렬한 욕망의 끝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명품 중고거래 이야기 (작가: 김유준, 작품정보)
리뷰어: Mast, 22년 12월, 조회 21

소설의 주인공 강사라.

그녀는 평일 점심 식사를 백화점의 푸드코트에서 해결하는 습관이 있는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했습니다. 종종 자신이 무엇을 먹고 싶은 지를 생각하기가 어렵다는 그녀.

그러나 푸드코트에서 만큼은, 자신의 욕망대로 음식들을 골라 섭취하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그 푸드코트에서 만큼은 강사라는 쉽게 자신이 먹을 음식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 기분을 저도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런 일상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다가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나는 내가 필요한 걸 충분히 가졌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이죠.

그러나 착각은 착각일 뿐입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어리숙한 사고는 외부의 별 것도 아닌 자극 한 방으로 수포로 돌아가기 마련이죠. 가령, 소설의 주인공이 어느 우아한 차림새의 여성과 부딪치고 마는 그런 사고와 같이 말이에요.

우아한 여성과 부딪친 강사라는 그만 자신이 들고 있는 커피를 조금 흘립니다.

그리고 그 커피는 그녀가 들고 있는 주황색 종이 쇼핑백에 조금 묻고 맙니다.

 

씨발!

 

단발마같은 욕설을 내뱉은 그녀. 분명 잘못을 한 건 맞지만 겨우 쇼핑백에 커피가 조금 묻은 걸로 저렇게 반응을 한다고? 어안이 벙벙해진 주인공.

네, 보통의 경우라면 종이 쇼핑백이 조금 더러워진 것 정도는 그다지 큰 일이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독자들 또한 주인공의 편을 들어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종이 쇼핑백의 브랜드가 무려 에르메스였다면 어땠을까요?

이 한 방으로 그녀의 욕설에는 당위성이 성립되고 맙니다.

심지어 종이쇼핑백 마저 5만원이상부터 중고거래가 된다는 명품들의 명품.

하이엔드급 브랜드.

그 놈의 에르메스가 도대체 뭐길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그녀는 바로 에르메스의 브랜드관을 찾습니다. 그러나 에르메스는 그저 돈만 있다고 거저로 구매할 수 있는 그런 브랜드의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켈리백을 보여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는 브랜드관의 직원.

그리고 이어지는 에르메스의 구매 방식은 주인공에게도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인 저에게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교감을 나누고 추구하는 가치에 동참하는 분들에 한해서 제공되는 구매 기회

요컨대 귀사의 브랜드 제품을 많이 사면 살수록 포인트나 마일리지가 쌓이게 되고 일정치에 도달한 고객에 한해서 가방을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죠.

황당하고 부끄럽고 그러다 보면 화가 나고…

오만생각과 만감이 교차하는 주인공

그러나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중고거래.

그것도 사용감이 없는 극상의 제품을 양심적인 가격으로 거래를 한다는 중고거래상 티파티의 존재를 동료는 주인공에게 귀뜸해줍니다.

 

그렇게 주인공의 찻잔 속의 평온은 외부로부터 몰려온 에르메스의 강렬했던 인상에 휩쓸려 조금씩 변화하기를 시작합니다.

 

살면서 수치를 당해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사실 수치나 부끄러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지구상에 있기는 할까요??

학교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도로에서

우리는 다양한 일상에서 다양한 생김새의 부끄러움에 치여서 살고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저는 그런 상황들이 너무 싫었어요. 심장을 옥죄어오고 식은 땀이 삐질삐질 나는 불편하고 민망한 상황들.

그런데 조금씩 나이를 들고서 보니까 그런 수치스러운 상황들은 여전히 겪고 싶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사실이 우리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정도는 이제 알 것도 같아요. 부끄러움이 끼얹어진 일화에 담긴 교훈이야말로 정말 각골난망입니다. 부끄러움으로 사람을 내면에서부터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치란 대단히 입에 쓴 약이 아닐까요?

연달아 몰아치는 부끄러움을 겪으며 주인공은 삶은 분명하게 변화합니다.

명품을 거래하면서 변화한 그녀를 눈여겨본 어느 남자는 그녀와의 교제를 신청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명확히 직시하는 매력을 풍기게 된 주인공 강사라.

주인공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그녀의 남자친구는 강사라에게 프로포즈를 합니다.

하지만 퇴화도 진화에 포함되는 개념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변화가 꼭 좋은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욕망대로 휘두르듯이 성사가 되는 티파티와의 중고명품 가방 거래.

그 욕망의 대가는 컸습니다.

그 욕망은 이제까지 그녀가 모든 돈을 태워버리고도 모잘라 빚을 지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녀와 줄곧 거래를 이어오던 중고거래상 티파티를 파산시켰을 것이며 주인공의 손을 빌려 원룸의 한쪽 벽면에 온갖 명품가방들로 하여금 방벽을 쌓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에 넣은, 그토록 바란 에르메스 켈리백.

모든 것을 탕진 한 끝에 손에 넣은, 그녀를 뒤흔들었던 그 강렬한 가방을 손에 넣은 주인공.

이제 그녀의 욕망은 종지부를 찍은 것일까요.

제2의 티파니가 된 그녀가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간 구축해온 완벽에 가까운 명품방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린다면 모든 게 끝나는 걸까요?

그녀의 욕망이 내달릴 다음 행선지가 어디가 되었든 주인공의 심중 찻잔이 더욱 견고하고 또 무거워서져서 어지간한 태풍에 휘말린다 할지라도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내실이 튼튼한 인간으로서 성장했기를 저는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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