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이 심한 나는 가족들로부터 독립을 해 첫 자취를 결정하고 부디 숙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첫 자취방은 2층인데다가 대학가였기에 밤마다 소음에 시달렸고 3년을 버티다 결국 새 집을 찾게 된다. 마침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참이라 동네에 상관없이 집을 구하게 되었다. 연식이 오래된 구축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14층인데다 주민들은 노인이 많았고 조용한 동네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새 집에서도 잡이 오지 않았고, 지속되는 불면에 시달리던 어느 새벽 우연히 인터넷에서 독특한 배너를 발견한다.
고민을 먹는 물고기라는 다소 황당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이런 걸 누가 사냐 싶을 만큼 허황된 아이템이었지만 충동적으로 결제를 하고 만다. 이유는 바로 물고기가 사용자의 고민을 빨아 먹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깊은 잠이 유도되어 불면증도 해결해준다는 문구 때문이었다. 주문하고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볼 형태의 어항과 검은 물고기 한 마리가 도착했다. 어항을 침대 옆에 올려 둔 첫날, 정말 오랜 만에 깊게 잠들어 숙면을 취하게 된다. 우연인 줄 알았지만, 어항이 온 뒤로 둘 째 날에도 깊게 잠들었고, 셋째 날에는 어항을 방문 밖으로 치웠더니 한숨도 못 잔다. 결국 물고기가 정말 나의 고민을 먹고,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었다는 건데… 그러나 나는 점점 물고기에게 의지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숭배하게 된다.
검은 물고기는 짧은 시간 동안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고 무거워진다. 검은 물고기는 검은 괴물이 되어 갔고, 나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불면증이라는 소재는 미스터리, 호러와 참 잘 어울리는 소재인 것 같다는 새삼 들었던 작품이다. 눈이 시큰거리고 뇌가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물러지는 느낌이 드는 불면의 삶은 유령처럼 실체가 없고, 메말라가게 마련이니, 오싹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을 만들기에 딱 좋기도 하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딱히 불면증을 겪은 적은 없지만, 중간에 한 번 잠에서 깨면 쉽게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편이다. 보통 새벽 세시쯤 깨면 결국 자는 걸 포기하고 이런 저런 걸로 시간을 보내다 아침을 맞이하곤 한다. 사실 잠이 안 올 때는 뜬눈으로 지새울 게 아니라, 그냥 포기하고 자지 않는 것이 더 낫지만 문제는 다음 날이다. 수면 부족은 일상을 휘젓고 어그러뜨려 다음 날 컨디션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이 작품 역시 그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게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불면증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이들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키웠던 금붕어에 얽힌 죄책감과 그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가족들의 관계가 불면의 날들로 이어지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 고립된 사람들의 고독과 외로움이 빚어내는 독특한 호러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