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쿵… 집요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는! 감상

대상작품: 층간소음(層間消音) (작가: 이일경, 작품정보)
리뷰어: Mast, 22년 12월, 조회 60

소설 층간소음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층간소음을 주제로 하는 호러, 일반 소설입니다.

호러! 겨울이기도 하고 마침 딱 호러소설이 읽고 싶어진 참이었던 저는 기대감을 잔뜩 품고 화면을 터치해서 단숨에 독서에 착수했습니다. 현실의 저 역시 최근 들어서 지독한 층간소음으로 고생 깨나 하고 있는 몸인지라 층간소음이란 제목에 단단히 꽂혀 있기도 하고 말이죠.

소설의 내용을 짧게 요약해 보자면 주인공은 아파트 1401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1301호에 사는 주민으로부터 집요하게 소음민원을 받고 있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시끄럽다. 좀 조용히 좀 해달라.

그런 말을 무려 1달 넘게 들어온 주인공은 최대한 소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들을 하는 모양입니다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소리흡수 매트, 티비 볼륨 높이지 않기, 이동시 조용히 다니기와 같은) 1301호는 경비원을 대리인으로 앞세워 끊임없는 소음신고를 날려댑니다.

1401호의 주인공은 정말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어느 날.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현관문을 나선 그는 자신의 집 철문에 스프레이로 휘갈긴 적나라한 경고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붉은 색 스프레이로

‘좀 조용히 좀 하세요!’ 라고요.

와… 이건 좀… 다시 읽어봐도 좀 심한데요?

이러한 제 생각은 당연하게도 주인공과 일치했습니다. 이미 한 달 이상을 아래층으로부터 시달린 경험이 있는 주인공. 그의 입장에서는 간신히 선을 지탱하던 실낱같은 끈이 뚝 끊기는 순간이 아닐 수 없겠네요. 그는 바로 보복행위에 착수합니다.

기껏해야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아랫층으로 뛰어 내려가 담판을 짓는 그런 광경을 상상한 제 예상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제일 먼저 챙긴 것은 날카로운 드라이버였습니다.

네, 그러니까 흉기를 챙긴 거죠.

호신용으로 챙긴 거겠지… 하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계속 문장을 읽어내려가던 저는 이후 주인공이 저지른 행위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맙니다.

아니 암만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한다고?

아니아니! 이건 아니지!!

제 기준에서 보자면 귀신에게 몸을 조종당하지 않는 한 결코 일으켜서는 안될 짓을 벌이는 주인공.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소설을 읽으셔서 확인해보세요!

층간소음이란 아파트에서 사는 한 정말 무시하지 못할 고충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위층에서 새벽 3시마다 울려대는 소음 때문에 아주 미칠 지경입니다(소설과는 반대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저희집은 13층입니다!) 그 소음은 드르르륵…쿵 하고 무언가를 끄는 소리, 쿵쿵 내려치는 소리, 그리고 중얼중얼 기도문을 외우는 소리와 더불어 오열이 섞인 소리 지르기입니다.

한 번은 너무 짜증이 나서 자다가 일어나 새벽에 직접 14층으로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봤습니다만 그럴 때마다 아주 귀신같이 사람이 없는 척을 하더군요.

나중에 경비원으로부터 자초지종 설명을 듣긴 들었는데… 그게 그러니까 우리집 위층에는 현재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는 아니고요. 우리 집 위층에는 교회에 열성적으로 다니시는 거동이 불편하고 귀가 어두운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뭐… 그러니 저러니 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층간소음은 정말이지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실제로도 현실에서는 이에 관련된 갖가지의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소설의 내용을 마냥 소설이라고 넘길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한계점은 있기 마련이니깐요(쇼생크 탈출에서 배우 모건 프리먼이 비슷한 대사를 했었는데 저는 왜인지 모르게 이 말이 아주 좋더라구요.)

다만, 정말로 이렇게 끝날 수 밖에 없는 문제였나? 하고 소설을 읽은 저는 머리를 갸웃거리긴 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말도 답도 안 나오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그래도 피해자와 피해자끼리 한 번쯤은 진지하게 얼굴을 맞대고서(제 경험상 음료과 과자를 싸들고 가면 더욱 좋습니다)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더군요.

으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이 소설의 흐름은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과거 비슷한 유형의 단편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던 저는 악귀나 혼령의 등장을 기대하며 소설을 읽어내려갔었거든요. 하지만 역시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죠.

만고의 진리는 오늘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합니다.

소설 층간소음

보통수준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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