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 글은 제가 브릿G에서 읽은 글들 중 가장 강력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뒤통수를 때려준 작품입니다. 읽은지 제법 지났지만 문득 예전에 읽은 작품들의 리스트를 훑어보던 중 기억이나 짧게 리뷰나 쓰고 가려고 합니다.
처음에 사람들 머리 위로 숫자가 보이는 장면은, 화자가 이야기 하듯 만화나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장면이죠. 굳이 어느 작품인지는 얘기 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죽음공책이라든가 데스노트라든가). 조금 독특한 변용으로는 웹툰 ‘S라인’이 있었죠.
그래서 처음엔 별다른 신선함을 느끼지 않았어요. 흔히 쓰이는 소재를 재활용하는 것 정도로 보였거든요. 숫자의 의미를 추론해 나가는 과정도 어느정도 추측이 가능한 흐름이었구요.
하지만, 주인공의 머리위에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뒤부터 이야기는 에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요. 거기서부터 진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내 머리 위엔 있는데 누구 머리 위엔 없고, 또 모르는 사람 머리 위의 숫자가 나랑 같다든가, 뜬금없이 친구가 여자친구와 해어지고 다른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든가.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은 아주, 심장을 씹어 버립니다.
이 마무리에서 독자의 성적지향은 전혀 문제가 안될거라 생각해요. 호모든 헤테로든 깨달음의 순간이 가져오는 뜨거운 긴장은 첫 러브레터를 받았을 때, 또는 고백의 결과가 예스일 때나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느낌의 새로운 변주였어요.
그러니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죠. 멋진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