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대상. 알 수 없는 것.
자신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가지로 나뉜다. 그 중 보편적인 반응 중 하나가 바로 공포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생각해보자. 해외에서 여행을 하는 도중, 내 주변에 현지인들이 큰 소리로 뭐라고 말하며 무리지어 서 있을 때. 그리고 그 말이 영어도 한국어도 아닐 때(임의로 영어와 한국어만 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물론 그들의 표정이나 몸짓으로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일단 움츠러들게 된다. 그런 것이다.
그런 알 수 없는 것에다 초자연적인 현상까지 겹쳐진다면 공포는 배가 되지 않을까?
‘나’는 아들의 실종을 통해 그런 공포를 겪는다. ‘나’의 아들은 심령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딸이 울면서 고백한 이후, 집에선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멀쩡하던 딸이 오빠가 그곳에 있다며 이상한 소리를 한다든지 아니면 갑자기 스스로 목을 조르며 발작을 하니 ‘나’는 그저 애만 탈 뿐이다. 아들은 실종됐지, 딸은 시름시름 앓는데 이유도 모르지. 사람이 딱 미치기 좋은 환경 아닌가?
딸이 욕실에서 자살 시도 아닌 자살 시도를 한 이후, ‘나’는 아들을 찾으러 직접 폐교로 향한다. 꼭 이렇게 찾아가면 사건이 생기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고. 이렇게 딜레마적인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게 창작자의 솜씨 아닐까.
결말까지 주인공은 ‘왜?’라는 의문에 합리적인 이유를 찾지 못한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명확하게 인지를 하지 못한다. 인지를 하지 못한다기보다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으면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겪으면서 주인공은 점점 공포감을 느낀다. 밤마다 오빠가 거기 있다고 중얼거리는 딸과 실종지역에서 계속해서 사라지는 실종자들의 가족과 수색대들. 그리고 본인도 조만간 그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여러가지 요소에서 오는 복합적인 공포감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작품 전반에 펼쳐져 있다.
직접적으로 귀신이 등장해서 사람을 놀래키지는 않았지만 주변 배경과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등장인물의 대사를 조합한 것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아주 잘 조성되어서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읽었다. 특히 결말에 등장한 장면과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대사는 깔끔하게 완결을 내는데 손색이 없었다. 조였다가 풀었다가 하며 차츰차츰 좁혀오는 공포감의 조성이 짜릿해 작품 몰입도를 더 높여주었고.
비가 내리다 멈춘 축축한 오후에 한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