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의 이야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비읍시 이야기 (작가: 레드향20, 작품정보)
리뷰어: 청새치, 22년 8월, 조회 28

ㅂ시, 혹은 비읍시는 어디일까요? 첫 자음만 따왔는데도 묘하게 구체적인 느낌이 들어서 찾아 보았습니다.

행정구역인 ‘시’는 꽤 큽니다. 특별시나 광역시가 아니어도, 팔도강산의 ‘도’ 바로 밑인 시는(우연이겠지만 음계 같네요.) 지역 대부분이 도시 형태고 인구는 5만 명이 넘어야 합니다. 이런 시가 전국에 77개 있는데 그 중 1/3은 경기도에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77개 중에 ㅂ으로 시작하는 시는 2개밖에 없습니다. 광역시가 하나 있지만, 소개에 적힌 낙후된 중소도시가 광역시를 가리키진 않겠죠.

하지만 이건 가상의 이야기니 실제로 두 곳 중 하나는 아닐 겁니다. 그쵸?

호러나 공포와 같은 태그가 붙은 글을 읽고 나면 저는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인 것 같고, 닫힌 문 너머에 예상하지 못한 것과 마주칠까 봐 두려움에 떱니다. 이야기 속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그 자리에 화자가 아닌 제가 있을까 봐요. 그러니까, 이야기 속의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그럴 리 없는 이야기’와 ‘그럴 듯한 이야기’, ‘그랬을 것 같은 이야기’로 나눈다면 비읍시 이야기는 몇몇 편을 제외하면 그랬을 것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아마도 계속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라고도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제가 비읍시에 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사는 곳이 ㅂ으로 시작하진 않지만, 75개의 다른 도시에 숨은 채 화자가 경험한 사람을 모두 ‘낙후된 중소도시의 이상하고 기분 나쁜 사람들’로 싸잡아 모아두고 구경하면서 나는 다르다, 나는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비읍시를 떠나고 그곳에 이사 가는 걸 다시 생각해보라며 글을 쓴 화자처럼요.

어딘가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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