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끌려서 본 소설입니다.
세탁기가 있는 반지하라니…
함부로 프레임을 씌우면 안 되지만 딱봐도 귀신 냄새가 폴폴 풍겨서, 이 더운 여름에 제격이다 싶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내용을 까보니 제 짐작과는 다르더군요.
헬조선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과
순진하고 착한 이들을 꼬드겨 제 이익의 도구로 삼는 추한 기득권!
가져도 가져도 만족할줄 모르고 더 큰 것에 욕심을 내는, 인간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소설이었습니다.
오싹한 공포와 스릴, 위트. 교훈, 거기에 로맨스까지!!
이 모든 게 비빔밥처럼 어우러진… 다보고 나서 으악, 이게 뭐야! 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그런 소설.
자, 줄거리로 들어가 보면 여주는 세탁기에 집착합니다.
고시원에서 공동세탁기를 쓰고 그마저도 밤 10시 이후엔 돌리질 못한 터라.. 그 한이 쌓이고 쌓여 세탁기에 어마어마한 집착을 갖게 된 거죠.
솔직히 크게 공감은 가지 않은 부분입니다. 요즘 세탁기 싸거든요.
통들이 같은 거 KG작은 거로 사면 그리 비싸지도 않은데… 까짓것 하나 사면되지 뭘 저렇게 집착하나 싶다랄까요.
물론 여주도 처음엔 세탁기를 살 생각이었나 봅니다.
헌데 부동산에서 보여준 집에 ‘전 주인이 이사 가면서 놔두고 간’ 세탁기가 있었던 거죠.
딱 봐도 촉이 오지 않나요? 냄새가 풍기다 못해 아주 코가 썩도록 진동을 하는데
우리의 여주, 덜컥 계약을 해버립니다.
원룸이면서도 방값이 말도 안 되게 싸고.. 거기다 방 한 가운데에 정체모를 세탁기까지 떡 하니 놓인 그 집을요.
더구나 2층으로 이루어진 그 집의 1층엔 잘생긴 훈남이 살았고
여주는 그 훈남에게 첫눈에 뿅 반하고 맙니다.
이렇게 집착하던 세탁기도 갖고, 사랑도 시작되나 싶었는데… 그렇습니다.
제목처럼 세탁기가 말썽을 부립니다.
세탁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급기야 귀신이 나타난 거죠.
앞으로 보실 분들을 위해 더 이상의 줄거리는 자제하겠습니다.
아무튼 보고 난 감상을 말하자면… 일단 재미있었습니다. 분량이 거의 30P정도던데 막힘없이 단박에 정주행 했으니까요.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개연성이 다소 떨어져… 그 점이 좀 아쉽다랄까요.
정체모를 신을 신봉하는 것은 차라리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이건 소설이고 그럴 법 하니까요.
하지만 그런 가상의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주변의 흐름은, 분명 현실답게 흘러가야 한다고 봅니다.
과연 경찰이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 그 집을 주목하지 않았을까요?
실종자 숫자가 꽤 된다면 수사에 들어갈 테고, 경찰은 부동산과 피해자들 사이의 접점을 찾았을 겁니다.
적캐릭터의 말로 미뤄보아 이미 상당히 그런 짓을 해먹고 살아온 것 같은데…
너무 평화롭네요. 한 번도 꼬리를 밟히지 않았다니… 아무리 무관심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우리나라 좁습니다. 이 정도 범죄라면… 그것도 어디 외진 시골이 아닌 서울시내 한가운데라면 안 걸리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물론 개연성을 떠나 공포 자체로만 놓고 보면 무섭습니다.
그만큼 ‘이웃’이란 이름에 가려져, 바로 곁에 사는 우리의 이웃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세상이란 거니까요.
개인적으론 작가님이 도심지에서 벌이는 범죄니만큼, 2층 구조물의 배수관이라던가 환기시설등을 더 꼼꼼하게 설정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이러이러해서 이제껏 아무 문제없이 발각을 피했다 라는 부연 설명들요.
흠, 아무튼 재미있고 오싹하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누가 버린 물건이나, 남이 쓰던 물건은 굉장히 꺼림칙합니다.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길에 버린 물건 주워오지 말라고., 거기에 버린 사람의 안 좋은 감정이 붙어서 화를 불러온다고… 하물며 세탁기입니다!!
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괜한 것에 쓸데없이 욕심내지 말라는 작가님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이만 감상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