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will be Fried. 공모(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팽이버섯 덴뿌라 (작가: 일월명, 작품정보)
리뷰어: 탁문배, 5월 11일, 조회 41

겉은 바삭하고 속은 스포일러입니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처럼 음식에 관련한 개인사에는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저에게는 돼지머리국밥이 그런 위치에 있는 음식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할 기회가 있겠지요. 어떤 계기, 어떤 이유로 누군가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듯이 어떤 음식이 나에게 특별한 먹거리가 되는 일 또한 우리 삶을 둘러싼 우연과 필연의 결과일 것입니다.

제목은 특정한 메뉴를 말하고 있지만 주인공이자 화자인 배나라의 애증이 향하는 대상은 튀김 전반입니다. 어릴적 음식에 대한 모친의 과보호를 벗어나 분식점 튀김으로 일탈을 즐기던 화자는 그만 진노한 어머님의 악기바리(악!)로 인해 한동안 튀김의 취식 자체를 거부하는 청소년으로 자랍니다. 허나 치킨의 바삭한 날개가 드리운 땅 대한민국에서 그 저항은 오래 가지 않았지요. 기어코 치킨집 아들이 화자에게 유탕처리식품의 매력을 돌려줬습니다. 그리고 텐동집에서 남의 입맛에 감히 가격을 메기려 드는 남친을 시원하게 까버리면서 오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매우 다행히, 이야기는 그런 남자친구와 다시 만날까 어쩔까 하는 밤고구마같은 고민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집이 ‘전’남친의 거주지 근처이며, 그놈의 단골집이도 하다는 점입니다. 뜨신 튀김 먹고 쉰소리나 찍찍 뱉던 전남자친구는 개뿔도 아깝지 않지만 사회적인 입장상 그 텐동집에 다시 못 가게 된 화자는 이 재난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마음먹고, 난데없는 튀김 수행에 돌입합니다. 진취적이고 멋진 태도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신발일 때 이야기고, 사실 덴뿌라는 현지에서는 초밥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장인 취급을 받는 심오한 요리입니다. 아무리 트라이 엔 에러를 반복한들 하루아침에 고오급 튀김에 길들여진 자기자신의 입맛을 만족시킬 만한 튀김을 해낼 수 없음을 화자는 무참히 실패한 튀김의 잔해들 사이에서 깨닫습니다. 그러고보니 팽이버섯 덴뿌라의 재료가 전남자친구의 주장대로 저렴해서 다행이네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화자는 그만 어릴 적 어머니가 자신에게 저지른 식고문을 스스로에게 자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 놓입니다.

 

이제 나는 전 남자친구가 정말로 싫다. 그래 놓고 그 사람과 같이 먹은 팽이버섯 덴뿌라를 좋아할 수가 있나?

 

그렇게 화자의 팽이버섯 덴뿌라에 대한 애착은 그만 영 좋지 않은 경험들로 말미암아 변질될 위기에 놓입니다. 이렇게 화자는 팽이버섯 덴뿌라를 잃게 되는 걸까요? 이어지는 이야기는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는 법이라는 정도로 정리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식에 가면 의례적으로 하객들을 증인으로 삼아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합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볼 때 그 신뢰성이 대선공약보다 좀 더 나을지 어떨지는 미지수입니다. 보통 일생의 배우자보다야 그 심각성이 덜하지만 살다보면 한 때는 좋아했던 것이 죽일 듯이 싫어지는 일이 늘 항상 일어납니다. 나도 변하고 내가 좋아했던 대상도 변하니 우리 둘 사이의 관계도 변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합니다. 그 관계가 바로 우리고, 그것을 잃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일부를 잃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화자는 튀김을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다시 좋아했다가 또 싫어하게될 뻔 합니다. 튀김이라는 음식과의 만남과 헤어짐과 엇갈림, 그것이 삶의 단편이겠지요. 고지혈증과 심혈관질환을 초래하는 그런 정크푸드따위 안 먹게 되면 좋은 일 아니냐는 분들은 당장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슬쩍 로맨틱한 기운이 유자향 상큼한 튀김간장처럼 스며듭니다. 사람이 꼴보기 싫어져서 음식이 같이 싫어질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막 교제를 시작한 연인들이 처음으로 택하는 공동작업이 대개 맛집탕방인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화자는 정말 밥 안먹었다니까 좋아하는 음식을 귀신같이 싸들고 나타나는 남자를 정말로 친구사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하하하…

 

탄산 가득한 시작으로 주의를 사로잡고 음식과 추억에 관한 멋진 묘사로 쑥쑥 밀고 나가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도 새우튀김 꼬리까지 다 먹는 편인데, 앞으로 조심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제법 오래 남았습니다. 다만 결말부에서의 중요한 역할에 비해 재준이라는 인물이 사전에 충분히 암시되지 않았다고 느껴집니다. 남녀가 서로 친밀하다 하여 다 연인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화자는 왜 굳이 이걸 두고 저거랑 사귀고 있었던 걸까요? 재준군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은 저 하나 뿐인걸까요?

정리하자면 평범한 소재를 비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공감되는 이야기로 풀어낸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분식점에서는 집게살 튀김보다는 고추튀김이라고 생각합니다. 집게살에는 게살이 안 들었지만 고추튀김에는 무조건 반드시 고추가 들어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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