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하는 반전 속에 주인공의 각성을 기대하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몽키럭키 (작가: 쓰GO쓰GO, 작품정보)
리뷰어: SewoL, 3월 31일, 조회 35

[전신(?)]

 

영국의 단편소설 중에 <원숭이의 발>이라는 작품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노부부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말린 원숭이 발 하나를 얻게 되는데, 그 효력을 반신반의하던 부부가 농담 삼아 200파운드(2022년 기준, 약 32만 원)를 달라고 말한다. 그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다음 날 집으로 대뜸 아들의 사망 소식이 날아들더니, 아들이 다니던 회사에서 조의금이랍시고 정확히 200파운드를 보내온다. 망연자실한 채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아내는 미친 사람처럼 원숭이 발을 찾기 시작한다. 남편은 그녀를 뜯어말리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 아들이 다시 살아나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데…

 

<원숭이의 발>의 마지막 장면에서 문 밖에 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내의 남편이 아내가 문을 열기 전에 마지막 소원을 빌었기 때문이다. 그 소원이 무엇이었을지는 누구나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후로 유사한 형태의 다양한 작품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왔다. 요컨대 행운을 준다는 신비한 아이템을 손에 넣은 주인공이 처음에는 신나서 이것저것 소원을 이루다가 결국에는 거센 후폭풍을 맞는다는 이야기. 상업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이고, 단편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는데, 반복되는 패턴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다뤄지는 이유는 관객을 이야기가 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욕심 부리지 말라”라는 메시지 말이다.

 

쓰GO쓰GO 작가의 <몽키럭키> 또한 비슷한 맥락의 전개를 이어나간다.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동전’이라는 소재도 ‘원숭이의 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원숭이의 발>에는 원숭이 발이 소원을 들어줄 때 죽은 동물의 잘린 발, 그것도 말라붙은 발임에도 불구하고 꿈틀거린다는 식의 기믹이 존재하는데, <몽키럭키>의 ‘원숭이 동전’은 500원 크기의 동전에 새겨진 원숭이 문양이 붉게 빛난다는 식이다. 패러디, 혹은 오마주였을지 몰라도 이 기본적인 포메이션이 너무 판에 박히는 바람에, <몽키럭키>를 처음 읽을 때는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지 혁과 수호의 유쾌한 티키타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차라리 원숭이가 아니라 좀 더 색다른 소재였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니면 작가가 원숭이라는 소재에 감춰둔 뭔가가 아직 남아 있는 걸까?

 

 

[차별화]

 

작품이 급작스럽게 노선 변경을 시도하면서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은 ‘몽키럭키 신드롬’이 세상에 도래하는 순간이다. 사실 이 장면까지 독자를 유인하는 것은 원숭이 동전에 얽힌 비밀이다. 소원을 이뤄주는 동전을 손에 넣은 주인공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독자들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 왜? 앞서 말했듯 걔네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몽키럭키>의 작가 역시 주인공의 before & after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원숭이 동전의 비밀을 조명하는 전개를 시도함으로써 작품 전체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다.

 

몽키럭키 신드롬이란 원숭이 동전의 존재가 매스컴에 알려지자, 너 나 할 것 없이 원숭이 동전에 열광하고 원숭이 동전이 아니더라도 행운과 관련된 아이템이라면 무조건 떡상을 하는 등하나의 패러다임이 구축된 사건을 말한다. 항간에 주식 열풍이 불면 주식 계좌 개설 수가 역대 최고로 늘어나고, 부동산 열풍이 불면 또 집값이 떡상하는 식의 전형적인 흐름이다. 몽키럭키 신드롬을 두고 코로나 종식 후 회복은커녕 악화일로만 걷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로부터 희망을 찾기 어렵게 된 서민들이 미신에라도 기대게 된 결과로 분석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대중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을 우려해 서민만의 문제로 확언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주며 조소를 자아내는 대목에서 이 같은 패러다임을 바라보는 작가의 유쾌한 통찰이 드러나며, 작품에 특색을 가미한다.

 

원숭이 동전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가 서서히 드러나며 작품은 점점 액션 스릴러가 되어 간다. 스릴러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적재적소에서 툭툭 튀어 나오는 반전을 조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원을 들어주는 아이템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에 대해 독자가 어느 부분을 예상하고 있는지를 미리 알고, 노선을 달리할 수 있을 만큼의 기량을 작가가 몸소 한 번 보여주었기 때문에, 독자는 조금 더 신뢰를 동반한 기대를 품으며 주 5일 간격으로 한 편 한 편씩 올라오는 연재 분량을 소화하고 있다.

 

 

[웹툰을 보는 듯한]

 

<몽키럭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일반적인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웹툰의 시놉시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점이다. 캐릭터부터 전개 방식, 시퀀스의 흐름 등 웹툰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다. 시각적 묘사가 있어야 할 부분을 설명이 차지하고 있다는 인상에서 기인한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웹툰과 같은 극적인 전개를 보이기는 하는데, 어쩐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가 뭘까 하다가, ‘아 차라리 이 비어 보이는 지점을 그림이 채워준다면 괜찮겠다’ 하고 생각했다.

 

웹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는데, 특히 주인공 ‘지 혁’의 전여친인 ‘인영’의 경우 초반에는 완전히 발암 캐릭터로 등장해서 독자의 속을 답답하게 만들지만, 나중에는 극상의 능력을 발휘하며 주인공을 도와주는 히로인으로 돌변하여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같은 통통 튀는 매력들이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인물들 위주로 배분되다 보니, 몰입감이 떨어지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독자의 공감대를 사기 위한 전략이 균형을 잃은 탓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취준생을 내세우는 것으로 공감대를 얻으려는 시도는 좋았다. 그런데 일단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야 하니 주인공은 평범하게 놔둔 채, 주변인물들 프로필이 빡세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차 이야기는 위화감을 띠게 된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말 그대로 뭣도 없는데 자꾸만 주변인물 위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니 개연성이 삐그덕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 지 혁은 조금 독특한 성격을 지녔다. 자기 집에서 전여친이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또 멋대로 다시 찾아와서는 중요한 물건까지 훔쳐가는데, 몇 장면 뒤에선 또 그녀가 불쌍하다면서 위로하려 든다. 죽을 뻔한 위기를 몇 번이고 겪은 뒤에 인영을 구하러 나서는 대목에서는 대뜸 로맨스 드라마를 떠올리며 설레여 한다.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 독특한 성격이지만, 그것이 아직은 제대로 구체화되지 못한 채로 그저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 왜 이래?’ 하며 고구마를 먹게 하는 정도의 반응만을 낳는다.

 

리뷰를 쓰고 있는 현시점은 작품이 34화까지 연재된 시점이다. 29화에 이르러 작가도 주인공의 지나친 평범성과 지나친 여백의 미에 대해 우려가 생긴 건지, 지 혁의 아버지 이야기를 언급하며 본격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묘사로 주인공의 두루뭉술했던 캐릭터가 확고해질 것인지 궁금하다. 이 작품이 웹툰화 되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지니고 있는데, 주인공의 외형이 시각적으로 구체화되는 웹툰의 특성상, 캐릭터라이징이 보다 명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총평?]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극적인 전개와 매력적인 주변인물들이 눈에 띄지만, 주인공 자체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ing(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름)….. 하지만 클리셰로 보일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차별화된 전개를 보여주는 작가의 기량이 있기에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

 

이상 <몽키럭키>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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