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글을 다 읽고 열람해주시기 바랍니다.
에반대 휴대폰 절도 사건.
제목을 처음봤을 땐 이거 제법 웃기고 발랄하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에반대’라는 대학 이름이 ‘에바인데?’라는 인터넷에서 자주 쓰는 ‘이거 좀 아닌데?’라는 뜻의 신조어가 떠올라서 더 그랬죠. ‘휴대폰 절도 사건 에바다’라는 맥락으로 읽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글을 읽어보았을 때 초~중반까지는 비슷한 감상을 느꼈습니다. 두 주인공은 통통튀고 발랄한 매력의 소유자들입니다. 글쓴이분의 유쾌한 문체가 이 매력을 극대화하지요. 휴대폰을 무려 마흔 번 넘게 잃어버렸지만 39번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손 지수는 제 건망증 탓에 공감이 많이 갔지요. 두 사람의 휴대폰을 찾는 여정이 우당탕탕 활극 같은 스타일일까 기대하다보면… 아주 싸늘하게 ‘에반데?’를 중얼이게 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성격이 음침한지 발랄한지 정숙한지와는 전혀 별개로 벌어지는 사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발랄한 지수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사건에는 ‘이 발랄한 애들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라는 의문이 들도록 싸늘해지는 사건들이 얽혀있지요. 그 간극에 글을 다 읽을 즈음엔 괜히 입 안이 씁쓸해져 탄산음료를 찾게 됩니다. 초반이 발랄했던 만큼, 담담하게 보여주는 현대사회의 풍경이 더욱 쓰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지수와 수정이 무사하길, 그리고 그들이 펴내는 글이 잘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