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찬란한 어둠 속에서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언제나 밤인 세계 (작가: 하지은, 작품정보)
리뷰어: 비롯, 3월 30일, 조회 47

이 이야기는 탄생부터 ‘일그러진’ 형태였던 윌스턴 남매를 따라간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샴 쌍둥이로 태어난 아길라와 에녹의 모습이, 밤에 속한 이들의 눈에는 형제의 피를 손에 묻히고 태어났어야 마땅하지만 그러지 못한 남매의 모습이 일그러진 형태로 비친 것이다.

평범한 이들의 관점에서 분리 수술을 통해 에녹은 완전해졌고, 일그러짐은 모두 아길라의 몫이 되었다. 남매를, 아니 에녹을 밤으로 이끌고자 했던 루퍼슨 집사는 이를 교묘히 이용하여 아길라를 점점 더 뒤틀리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 손길이 오히려 에녹 대신 아길라를 밤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루퍼슨조차 자신이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는 대목(54화)이 나오기 전에도, 밤에 진정으로 속할 아이는 아길라 쪽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올바른 인도가 없이도 스스로 황혼 언어를 배워 익히고, 어둠의 미로 정원을 구축한 아이. 감히 칼마 대공에게 이름을 새기고, 그 이름을 빌려서 자기 손으로 밤의 끝자락을 움켜쥔 아이. 어둠 속을 두려워하면서도 결국에는 밤의 숙녀에게 새로운 아이로 받아들여진, 아길라.

아길라가 에녹과 다시 하나가 되고자 탑으로 향하는 대목이 내게는 모든 일그러짐의 클라이막스나 다름없이 느껴졌다. 아길라는 항상 에녹을, 에녹의 다리를, 에녹의 몸을 자신의 것처럼 사랑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이 얼마나 그릇된 방법이든 상관없이, 아길라는 에녹을 사랑했다. 아길라의 생 전체가 에녹의 원죄를 위해 빚어졌던 만큼, 아길라는 자신의 인생 전부만큼이나 에녹을 사랑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결국 에녹을 돌려보낸다는 선택을 한 아길라를 보며, 언젠가 아길라 또한 어엿한 밤의 일족으로든 에녹의 누이로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일그러진 채로 태어나 그 일그러짐을 짊어진 채 살다가, 끝내 가장 찬란한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는 아길라에게 마침내 행복이 찾아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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