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보나라의 이름으로, 잘 살고 계시죠? 감상

대상작품: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6월, 조회 177

헉, 독후감 적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컴터가 혼자서 졸다가 스스로 재부팅을 시도한 모냥입니다.. 한참을 적어놓은

내용물이 사라져버렸군요, 안그래도 나름 결혼 전 연애 이야기라 오글거리던 참인데 잘되었습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마눌님께서 혹여나 이 독후감을 보게 된다면 한참동안 밥 얻어먹긴 글렀을테니까요, 그러니 다른 이야긴 차치하고라도

선 본 이야기는 다시 조금 해야겠네요, 답도 없는 공시생으로 몇년 허송세월을 보내다(마침 이 시점에 전 7년이 넘게

사귀던 오래된 연인과도 헤어지게 됩니다) 20대 막차를 놓치면 안될 것 같아 과감히 공시를 포기하고(라고 적고 실제는

시험에서 낙방하다) 우연히 얻어걸린 큰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으로 내인생의 진정한 돈벌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제 부모님께서는 당신 돈 굳었으니 니가 벌어서 언능 장가나 가거라고 시시때때로 성화를 부리시니 울며 겨자먹기

로 어무이의 친구분의 소개로 맞선을 보게 됩니다.. 서울의 대학을 졸업하시고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신 재원인 여성

분이셨는데 대단한 호감을 가지게 되더군요, 딴엔 고급진 음식점이랍시고 맞선 자리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모시

겠다라고 하고선 제대로 접해보지도 못한 스파게티 파스타를 함께 맛보게 됩니다.. 하아, 흐으, 피자 몇쪼가리와 함께

그분을 따라 주문한 까르보나라, 그 까르보나라, 진정 그 까르보나라의 느끼함은 살다살다 처음 느껴보는 느끼함이었

습니다.. 먹지 못해 안절부절한 저를 위해 다시 토마토 스파게티를 배려깊게 주문해주신 그 여성분에게 첫인상의 호감

에 배려돋는 토마토 스파게티의 주문으로 정말 화기애애한 식사를 하게 되었죠,

 

그리곤 생전 처음 먹어본다는 진실된 촌놈의 먹거리의 인생을 주절거리게 됩니다.. 서울 사시는 분들은 다르죠, 라는

말로 시작해서 촌놈 티를 팍팍 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술 한잔을 하자고 넌지시 던지니 좋다시더군요, 그래서

근처 바닷가로 향해서 맛깔나는 숭어회 한접시로 늦게까지 첫 맞선이 거의 결혼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대단한 만남을

가졌던거죠, 근데 그분의 직장이 동대문에 있었던터라 이후에 만남을 제대로 이루어지지않고 전화상으로 애타는 감정

을 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생전 안해보던 유선 전화상 노래(조규만의 다줄거야, 흐미~)도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이정도 하면 이제 그분과 결혼을 하는게 이야기의 흐름상 맞겠죠, 하지만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애타는 만남을

염원하던 우리들은 우연히 한통 걸려온 전화로 인해 무참히 깨어져버립니다……..

 

7년을 사귀던 여인이 어디에서 들었는 지는 몰라도 제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잘살아라는 전화가 왔더랬죠, 그래서 전

알았다.. 너 역시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아라,,,,로 마무리된 통화였는데 왜, 왜에, 왜때문에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자라

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을까요, 그렇게 마지막 얼굴만 한번 보자고 만났던 그녀는 제가 평생을 사랑했고, 하고, 할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있습니다.. 그럼 맞선 본 여인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솔직히 제대로 연락도 못했습니다..

어느날 내려온다고 하던 그분에게 사실을 전하니 담담하게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좋은 추억을 만들

어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그 이후로 통화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 몇달 뒤 그분이 결혼을 했다더군요, 허억!

인생 사는게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이게 독후감인 지 그냥 제가 살아온 과거의 같잖은 연애담인 지 헷갈리네요, 리뷰랍시고 보시는 분들께 죄송스럽네요

재미있었던 소설입니다.. 게다가 생전 처음 맞선 본 자리에서 충격적인 맛으로 촌놈임을 증명했던 까르보나라의 열반

의 맛을 경험(?!)했던 당사자로서 스파게티교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전 지금도 까르보나라는 절대 먹

질 않습니다만 토마토 소스가 곁들여진 일반 스파게티는 엄청 좋아합니다.. 물론 마눌님께서도 제가 겪었던 까르보나

라의 치욕을 충분히 알고 계시기 때문에 스파게티는 늘 두가지 이상으로 준비를 하곤 하죠, 촌놈은 촌놈답게 먹어야

됩디다..

 

계약결혼이라는 내용과 파스타라는 소재를 이용해 남녀의 감정과 사랑이라는 감성을 대단히 재미지게 그려낸 로맨스

추리스릴러소설이네요, 가볍고 경쾌하고 즐겁고 유쾌하고 인간적이면서도 대단히 공감가는 재미진 내용입니다.. 게다

가 추리라는 장르적 습성을 가볍고 대중적인 로맨스의 감정선에 끌여들여 탐정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작가의 편안한 문장력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 소설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줍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

는 스파게티교라는 상황적 소재를 작가의 허구인줄만 알았는데 촌놈인 제가 정말 모르는게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

감합니다.. 실제로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모임이 있긴하더군요, 심지어 소설속의 이야기처럼 스파게티 채를 모자로 사

용하여 신분증을 찍은 분도 확인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이 소설이 주는 대중적 재미는 상당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어찌 되었던 독자로서 읽는 동안 상당히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뭔가 대단한 주제

를 내포한 문장이나 비유가 아니라서 대중적 공감이나 이해가 한결 수월했구요, 남자의 시점으로서도 탐정의 시점으로

서도 이 작품이 보여주는 재미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탐정의 집안과 이야기가 약간은 군더더기같이 이어지는 느

낌이 있었으나 뭐 대중적이고 가볍운 스타일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서 작가가 의도한 상황적 유머의 한 부분이겠

거니 생각합니다.. 단지 탐정으로서의 역할론적 즐거움은 조금 다듬어주실거라고 믿습니다.. 읽어보니 전일도라는 유쾌

한 탐정의 이야기는 단순히 이 작품 하나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지던데, 제가 잘못 생각한건가요?

 

이제는 로맨스라고는 눈 씻고봐도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 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스

폰 소리나 들어보는 중년의 나이 든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 단편이지만 이런 샤방샤방하고 달달한 로맨스의 연애담을

살짝 읽고나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 독후감에 옛날 생각을 대부분 적은 이유도 그런 것이겠죠, 언제나

작품을 읽고 나면 언젠가 제가 경험하고 느끼고 겪었던 삶의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재미진 작품

잠시나마 즐겁게 과거 떠올리며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선뵈여주세요,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어제 마눌님께서 TV에 하는 라따뚜이라는 애니를 보다가 아이들이랑 스파게티 해먹고 싶어 하던데, 퇴근길

에 마트 들려서 애들 좋아하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재료 좀 사가야겠습니다.. 전 그냥 너구리나 한마리 잡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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