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꿈풀이 사전이 세 권 정도 있습니다. 각자 다른 파트의 꿈을 해석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세 권씩이나 있는지 궁금해서 언젠가 한 번은 제대로 자리잡고 앉아 그것들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이빨 빠지는 꿈이라던지 돼지가 나오는 꿈 같은 경우는 세 권 다 해석이 비슷했지만, 모든 꿈이 같은 방식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그러니 같은 작품을 읽는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읽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저같은 멍청이가 읽고 내놓는 감상따위가 크게 쓸모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멍청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작품의 느낌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더러 있죠. 마침 달바라기 님께서 그런 분이시라, 요청을 받고 가볍게 펜을 들어보겠습니다.
본 작품 <블루베리 초콜릿 올드패션>은 특별한 장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의 이야기입니다. 그 ‘특별한 장치’라는 것은 임의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컴퓨터인데, 이것의 도움을 받아 주인공은 꿈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장치 덕분에 <토탈 리콜>이라는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의도된 꿈이라는 개념 때문인지 본 단편은 이야기의 흐름이 꼭 꿈 같습니다. 꿈속의 풍경은 사건과 상황만 있고 배경은 없죠(적어도 제가 꾸는 꿈은 그런 식입니다). 동시에 주인공이 꿈꾸는 달콤한 은퇴에 대한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이 ‘꿈’이라는 개념이 작품 내에서 매우 많은 방식으로 해석되는구나 싶더군요.
이쯤에서 실토하자면, 사실 저는 본 단편을 전에 한 번 읽으려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반절쯤 읽고 나가떨어졌습니다. 묘사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나 디테일(특히 그냥 도넛이 아니라 올드패션 도넛이라고 지칭하는 수준의 디테일!)은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단편을 읽으면서 저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더군요. 물론 단순히 흥미본위로 흘러가는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본 작품은 꿈처럼 혼란스럽습니다. 초반의 진행은 매끄럽습니다. 조금씩 흘리고 적당히 끌어들이는 것이 꼭 스릴러 내지는 미스터리 같더군요.
세 문단으로 이루어진 사건의 개괄. 거기서부터 흥미가 푹 떨어지더군요. 사건의 개괄이 소설의 진행에 꼭 필요한 거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설명하듯 줄줄 읊기보다는 그곳으로 주인공이 이동한 듯, 주인공의 눈으로 그 풍경을 짚어가는 것처럼 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오래된 조언이죠.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
꿈에서 깨어난 줄 알았다가, 사실은 거기서부터가 꿈이었다는 식의 흐름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갑자기 내용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 중구난방으로 날뛰는데, 여기서 또 한 번 흥미가 바닥으로 추락하더군요. 미스터리 스릴러면 조금 더 숨겨진 채로 힌트가 나와야 하는데, 이건 뭐 대놓고 힌트 힌트 힌트! 라서 별로였습니다. 꿈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사용하는 것은 역시 치사하달까요. 쉽고 재미없는 길이죠. 꿈에서 깨고 난 이후부터는 뭐가 주요한 스토리인지 모르겠더군요. 꿈을 꾸게하는 장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지, 사건을 해결하는 것 자체에 방점이 찍혀있는 건지, 아니면 은퇴하기에는 이것저것 많이 부족한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건지 말이죠. 큰 줄기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았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