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붙이고 앉아 바르셀로나를 걷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카사 밀라에서 가우디와 (작가: 장아미,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7년 6월, 조회 86

학창시절에는 집이 가난해서. 대학에 다닐 때에도 생활고를 위해 일을 해야 해서.  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고, 빚을 갚은 후에는 마땅히 여행을 갈 시간도, 동행할 친구도 찾기 어려우므로 쉽사리 떠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여행이 아닐런지요. 적어도 집순이에다 밖에 나가는 것을 피곤해하며 길찾는 일에 치를 떠는 저와 같은 부류의 인간에게는 여행이란 환상 저 너머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을 뿐더러, 즐기기 어려운 무엇.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여행의 꿈을 꿉니다.

환상적인 여행지에서의 완전히 새로운 풍경, 낯선 장소, 이방인들의 집단, 처음 먹어보는 음식과 쉴새없이 코를 자극하는 여행지의 향에 취하게 되는 꿈을 꿉니다. 여행을 다루는 글을 좋아합니다. 더욱이 이 글에서 수필과 소설 언저리에 양다리를 걸친 듯한 기묘한 느낌을 받았네요.

글이 취향에 맞아서 다시 확인해보니 일전에도 한 번 다른 작품으로 뵈었던 작가님이십니다. 작가님의 글이 저를 꿈꾸게 하는군요. 주인공을 따라 거리를 거닐며 헤매고 부딪히고 구경하고 웃고 먹고 엿보았는데, 한 입 더 먹으면 좀 더 행복하겠구나 싶을 참에 갑자기 이야기가 끝이 나더군요. 중단편이 아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하는 주인공을 조망하는 이야기를 써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두 팔 벌려 환호하며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이방인만의 감각은 현지인이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이질감일 것이 분명합니다. 만년 현지인에 동네 붙박이출신인 저에게 그런 여행자의 감각을 선물해준 글이었습니다. 만일 정말로 작가님의 경험을 담은 수필이라면 좋은 여행을 하셨나보다 생각하고, 아니라고 하더라도 물처럼 스며들어 여행자와 함께 호흡했으니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방 한구석에서 여행을 꿈꾸는 독자에게 추천하고자 하여 리뷰를 두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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