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신의 것이라 누구와도 얽히지 않는 운명 감상

대상작품: 종막의 사사 (작가: 서계수, 작품정보)
리뷰어: kadeshrca, 11월 21일, 조회 55

이 소설은 성경 구약에 나오는 사무엘을 여성으로 바꾸어 써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그 작은 왜곡 하나로 이 이야기는 원전보다 한 층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원전에서는 그저 귀하게 얻은 아들을 울면서 신전에 바친 어머니였던 한나는, 간절히 빌어 얻은 아이가 딸이라 불완전한 응답을 받았다고 여기지만 딸에 대한 모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 사무엘을 신전에 맡기고 일 년에 한 번씩 방문하곤 합니다.

어린 사무엘은 남자 동생들이 생기고부터 어머니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자리가 작아졌음을 예민하게 느낍니다. 물론 어머니는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씩 딸을 위해 사제의 옷을 지어오지요. 그러나 그것은 오롯이 사랑 때문만은 아니고, 자신이 낳은 딸이 장차 사제가 되어 명예롭기를 바라는 야망의 작용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거는 기대는 감미로우면서도 묵직합니다. 자식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고 싶으면서도, 그에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지요. 그런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보여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일 겁니다.

하지만 사무엘에게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낄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다행히도 그녀에게 주어진 기대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그녀를 맡아 기르는 대제사장 엘리는 그녀가 영리하고 침착하며 성실한 성품이라 자신의 자리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해주지요. 어쩌면 엘리는 한나와 엘가나보다 사무엘을 더 아끼고 사랑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엘리가 사무엘에게 가지는 애정은, 그가 친자식들에게 베풀었던 사랑보다는 절제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엘리의 아들들은 망나니가 되어 이름을 더럽혔으니, 한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사무엘을 대할 때와 같은 정도의 애정이 적절한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부모로부터도 충족되지 못했던 아이는, 누구로부터 넘칠 듯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 이야기의 주인공은 앞으로 만날 반려에게서 그러한 사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으로 등장한 인물은 삼손입니다. 사무엘과 같은 나실인이자 방종한 행실로 유대인들의 욕을 먹고 있는 인물인데다, 아마 원전대로라면 이미 불레셋 여인 데릴라와 살림을 차린 인물이지요.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접한 강렬한 인상의 사내는 사무엘의 마음을 뒤흔들어 차분한 얼굴 뒤의 격정을 이끌어 내지요.

 

그리고 이내 곧 떠납니다. 마지막 사사가 될 사무엘에게 가장 사랑 받는 사사가 될 거라는 예언을 남기고.

 

아마 그 축복의 주어는 이 아니었을까요?

 

가장 신에게 사랑 받는, 마지막 사사가 될 거라고.

 

그래서였을까요? 그녀의 운명이 누구와도 밀접하게 얽히지 못하고 그들의 곁을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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