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단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아니, 분명 재미있었습니다. 만담에 기대하는 것은 그 논리의 정교함 보다는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는 논리의 흐름이고, 논리의 흐름이 분명 매끄러웠으며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철인통치의 이상을 어렴풋하게나마 표현했기 때문이겠죠.
다만 어렴풋하다고 평하는 까닭은 글이 가지고 있는 논리 보다는 제가 플라톤의 국가를 읽지 않았고, 철인 통치에 대해 정규 교과 과정에서 배운것 이상을 알지 못해서 일 것입니다.
만약에 제가 플라톤의 국가론을 읽었다면, 이 이야기를 더 깔깔대면서 읽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아니네요.
그럼 제가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일까요?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겠지요.
좋습니다. 글의 흐름은 분명 매끄럽고, 나이를 어찌하여 폐지하여야 하며 매 년 나이를 먹을 기회를 주고 지혜를 겨루어 시험을 치는 것에 대한 논리를 명확하게 제시했어요.
그러나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플라톤이 살고 있는 고대 그리스에서 정치에 참여 가능한 것은 나이든 남성 뿐이며 수많은 노예의 노동을 통해 굴러가던 국가라는 사실이죠.
“자신의 기회가 제한되고 사회적으로 업신여겨질 것을 알면서도 시험을 치르지 않거나, 기준 점수에 도달하기 위하여 공부에 힘쓰지 않는 자는 지혜로운 자인가, 그렇지 못한 자인가?”
미련한 마리화나누스 조차 이거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겠지요. 당연히 그렇지 못한 자입니다. 이런자가 업신여겨질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읽었다면 이 부분을 읽으면서 분명 낄낄댔겠지요. 그러나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는 노예들의 노동 위에 굴러가는 사회였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현실의 이야기에요.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에 시험을 보지 않고 정규직 전환이 말이 되냐는 목소리나, 서울대 청소 노동자 대상으로 펼쳐진 영어 시험 필요하다는 주장이지요.
다르게 이야기해 봅시다. 이것이 국가론에 대한 패러디 보다는, 수능 시험 한방으로 계급을 정하고 통치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대신에 수능시험을 여러번 치자는 그런 말로 들려요. 단순한 사고 실험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야기 되지 않는 것이 있지 않나요?
물론 플라톤의 국가론인 만큼 플라톤이 기록자가 되는것이 마땅하지만, 저라면 플라톤 대신에 다른 기록자를 쓰고 싶네요. 국가론에 저런 마약들이 언급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가상의 인물이라면 기록자가 플라톤일 까닭은 없으니까요. 이 교실에서 가장 영민하지만 한번도 발언권을 얻지 못하는 노예 같은 걸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