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존재와의 조우는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이 돌이킬 수 없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름으로써 이 소설의 호러는 완성됩니다.
이 소설에서의 호러는 두 가지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다소 고어스러운 지점에 맞닿아 있습니다. 신체의 본격적인 결합이라는 명목하의 훼손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이 결합은 실제로 피를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신체가 선으로 해체되면서 기괴하게 무너져 내리는 광경은 어쩐지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감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고어의 호러 문법은 신체의 직접적인 훼손을 통한 혐오감입니다. 신체가 훼손된다는 비쥬얼 자체에 대한, 자신의 신체의 유약함을 깨닫고 그 것이 실제적인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공감적인 공포감이 고어의 맥락입니다. 이 소설에서 신체가 해체되면서 인간으로써의 신체가 망가져가는 광경은 이러한 맥락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관점은 작품 전반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우울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울이란 감정은 기본적으로 내면으로 한없이 침잠합니다. 인간으로써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침잠하게 될 때 건강한 사람과는 다른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 것은 자신의 고통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강력하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이 소설에서의 친구 역시 외로움을 통하여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무너져 내리며, 미지의 존재에게 그 도움을 얻기를 갈구합니다. 그러나 그 미지의 존재로부터 이해는 커녕 존재를 잃어버리는 상황은, 이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됩니다.
이 부분의 당위성은 나와 친구와의 관계의 묘사로 촘촘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으로 인한 각박한 관계도 속에서 우울이 방치되고 끝내 파국을 맞이한다는 점은, 어쩐지 씁쓸하면서도 서글픈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러면서도 관계를 바라면서도 그 관계가 끝내 거부되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심리적인 공포가 완성됩니다.
서글픈 점은 인간으로써의 존재 가치가 완전히 상실됨으로써 그 존재가 지워진다는 지점은 어쩐지 우울로 인해 좀먹히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메타포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