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몇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꽤 잘 섞어냈다. 최근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나름 오랫동안 인기를 얻고있는 하위 장르 중 하나인 서바이벌 요소도 그 중 하나다. 정체가 불명한 사람에게 납치되어,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장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뭔가를 강요받는다는 상황은 그 자체로 꽤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행위도 그렇다. 다분히 사회적으로 예민한 왕따와 자살이란 이름의 타살을 내세우고, 그 범인찾기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대체 누가 범인이고, 그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나 계기는 무엇일지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꽤나 능력있고 활달한 성격인 듯 보였던, 그래서인지 딱히 그런 징후가 있는지 몰랐고, 그렇기에 의문이 남으면서도 자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납득했다고 하니 더 그렇다.
소설은 그렇게 감춰진 것들을 독자가 상상해보게 하고는, 조금씩 관련자들의 입과 생각을 통해서 그때의 일들이 풀어져 나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일종의 미스터리라고는 한다만 기왕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저자가 내비치기 전까지는 알 수 없고, 그것은 또한 얼마든지 다르게 관찰될 수 있는 것이기에 독자가 스스로 사건을 풀어볼만한 여지는 거의 없다. 결말까지 보고 난 후에 남는 트릭에 대한 만족감도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늘어지는 감 없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꽤나 볼만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단지 무난하게 과거의 사연들을 풀어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의문점이나 떡밥을 뱉어내기도 하고, 각자가 서로 조금씩 이상하게 어긋난 이야기를 하면서 일종의 진실게임와 같은 면모로 흘러가는 것도 꽤 흥미롭다. 이것은 또한 무엇이 진실인지를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대범하게 특정 사실을 밝히는가 하면 그것마저도 흐릿하게 보이게 하며 무엇 하나 편들어 줄만큼 분명하지 않은 것들을 이어붙이면서 끝까지 흥미를 유지한다. 이제는 전형적인 것이 되어버린 유명한 전개도 꽤나 잘 소화했다. 몇몇 요소들은 이야기에 복잡미를 더해주기도 하는데, 이게 끝까지 보고 나서도 미묘한 잔여감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