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동전 던지기의 형이상학 (작가: 전견, 작품정보)
리뷰어: 별해무, 17년 5월, 조회 90

단순한 동전 던지기로 시작된 친구의 기이하면서도 집요한 행동을 목격한 또 다른 친구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다. 동전이란 엄연히 앞면과 뒷면이 존재한다.

그렇다는 것은 동전을 던질 때 언젠가는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이 반반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보편타당한 법칙이자 진리랄 수 있겠다.

그런데 소설 속 동전을 던지는 친구는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동전을 던져도 동전의 앞면만 나올 뿐

뒷면은 도무지 나오질 않는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극히 희박할 것은 자명 한 사실인데…

뭐랄까,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가 믿고, 그렇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이랄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내가 사는 세상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내 삶 역시 크게 모나지 않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봐, 확률적으로 뒷면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가능할 거야,
하지만 동전엔 앞면과 뒷면이 있고, 언젠가는 뒷면이 나오는 것이 세상의 타당한 이치라고.
난 그걸 의심하지 않고 살아왔어. 내 삶은 크게 모나지 않았고, 내가 사는 세상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왜 지금에서야 내게 이런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렇다면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힘’에 의해 움직였던 걸까?

이 역시 수많은 사람들 중, 어떤 초월적인 확률의 힘으로 하필 나에게 작용해 부여된 것일까?

내가 이해할 수 없고, 내가 수긍할 수 없어도 이미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소설 속 친구가 여전히 뒷면을 보기 위해 동전을 던지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내 운명을, 내 삶을 움직여 보기 위해,

마찬가지로 동전의 뒷면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동전을 던질 것이다.

이것이 나약한 우리 인간이 초월적인 어떤 힘에 대응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몸부림일지라도…

 

그는 아직도 뒷면을 보기 위하여 동전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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