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그 경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감상

대상작품: 저승사자와의 거래 (작가: 초이스 장, 작품정보)
리뷰어: 별해무, 17년 5월, 조회 31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선량한 사람도, 악한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죽음.

그러나 우리는, 나는,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원히 살 것처럼 산다.

죽은 뒤엔 한 톨의 쌀알조차 가져갈 수 없는데도, 있는 자들은 더 많은 부를 움켜쥐기 위해 타인의 고혈을 쥐어 짜낸다.

없는 자들은 없는 대로 그들의 착취와 이기심, 무관심으로 가난은 대물림 되곤 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지만, 그 누가 내일의 태양을 반드시 볼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는 여전히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내일로 미루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요즘과 같은 세태에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빛나고, 가치 있는 삶인지 이 소설을 읽고 곰곰 생각해 보게 되었다.

4년 전 나는 암으로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고, 내 삶의 전부였던 엄마.

그 슬프고 아픈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게 된 것이다.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텅 빈 방안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살아생전 엄마가 쓰던 화장품, 엄마가 열심히 읽었던 성경책과 다양한 신학 서적들이 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 다 쓰지도, 다 읽지도 못하고 돌아가셨구나. 그때의 공허함과 슬픔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죽으면 사후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진 아무도 모른다. 그저 인간이 만들어 낸 수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상상하고 유추할 뿐이다. 결국 죽음이란, 세상에 내가 움켜쥐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단 하나도 가져갈 수 없다는 냉혹한 진실뿐이었다.

그러나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의 이야기처럼 아주 작은 것부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위해 이타적인 삶을 살았다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생전

그가 베풀었던 선행과 아름다운 모습들이 영원히 별이 되어 반짝일 테니까. 엄마도 그랬다. 엄마를 미워했던 사람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그들을 위해 선행을 베푸셨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그토록 엄마를 싫어하고 미워했던 그네들의

마음이 변화되기 시작했고, 나중엔 엄마의 믿음을 쫓기 시작했다. (엄마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싫어했던 사람들)

엄마의 장례식장에선 그네들의 기도 소리와 찬송가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언제나 믿음으로 그들을 보살폈던

나의 엄마. 주인공 민철이 TIME지 표지모델이 될 정도로 살아생전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그 선행으로 그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듯… 결국 그는 저승사자와의 약속을 지켰고, 무관심과 몰이해, 각박한 세상에 촉촉한 단비를 내린

삶을 살다가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었다. 소설도 그렇고, 엄마의 죽음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가까이서 죽음을 목도하게

된 나는 가끔 내 장례식장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죽음을 슬퍼하고, 진심으로 애도해 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할 때마다 오한이 들 정도로 초라하고, 썰렁한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민철이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 조건 없는 베풂… 정말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할 수 있는데. 타성에 젖어 일상을 살아온

나에겐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을 읽고 갑자기 나 자신이 쉽게 변할 순 없겠지만,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나 역시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언젠가 다가올 죽음 앞에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아주 작은 것부터, 타인을 위해 조건 없는 베풂을 실천해

나가야겠다.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기, 밝은 웃음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기처럼 아주 사소하고 아주 작은 것부터…

 저승사자가 입을 열었다.
“민철, 무엇이 자네를 그렇게 아쉽게 하는가? 말해보게”

조건없는 베풂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네

‘이렇게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해보자!’

게다가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으니, 죽었지만 죽지도 않았죠. 민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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