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정갈한 현대 SF/F입니다. SF와 판타지가 아주 매력적인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작품이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는 것은 이 이야기가 묘사보다는 설명에 주로 의존하여 서사를 전개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갖는 위험이라면 역시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점일 텐데, 「마법 오염수 탈취 사건」에서는 그런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흐름에 불필요한 장면 서술이나 설정이 거의 없고 정해진 결말을 향해 최단거리로 달려가지요. 도입부에 소개되는 몇 가지 설정을 이해하고 나면 작품이 다루는 소재와 주제의 논리적 정합성을 따라 막힘없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 세계관에서 사람들은 마법사와 비마법사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이 세계의 과학자와 연구원들은 그 구분을 대중이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세계에서 마법사는 그렇게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고 비밀스러운 존재는 더더욱 아니죠. 그들은 비마법사들이 갖고 있지 않은 특수한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을 뿐,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최근 반 마법사 시위대의 활동이 거세어지면서 일상을 위협받게 되지요.
시위대가 마법사들을 린치하는 이유는 정부의 조작과 선동 때문입니다. 정부는 마법사가 지닌 마력에 극도로 유해한 물질이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대중을 선동합니다. 마법사들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며 차별받게 되고요. 정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일부 마법사의 체내에서 발견되는 특수 물질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소수자 집단을 억압하는 것이죠. 결국 이 이야기의 대결 구도는 대중을 선동하는 악한 정부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극소수 시민 사이의 긴장감으로 성립합니다.
15년 전, 최초의 마법사로 이름을 알린 ‘윤희서’는 다섯 살짜리 아이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정부에 의해 관리와 세뇌를 받으며 자란 희서는 5년 전 머물던 연구소를 폭발시키고 잠적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비밀리에 벌이는 일의 실상을 폭로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계획을 세우며 준비해왔죠. 이 이야기는 그 계획의 막바지, 그리고 실행 단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서술자는 마법 특별 부서 산하 연구원인데, 이전에 몰랐던 진실을 희서를 통해 알게 되면서 폭로 작전에 합류하게 되지요.
작전은 싱거울 정도로 손쉽게 성공합니다. 앞서도 비슷하게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은 단편 분량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했다면 필요 이상으로 이야기를 늘릴 이유가 없는 것이죠. 어쩌면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도 있을 작전이 뜻밖에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도 다 그런 측면으로 이해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이야기는 아주 깔끔하면서 굉장히 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