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잘 읽었습니다. 작품에 대해 리뷰 공모를 하셨다는 것은 독자의 반응을 기다리고 계시다는 의미겠지요. 전쟁 장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평범한 일반 독자로서 작품을 읽고 느낀 감상을 남겨 보겠습니다.
우선 이 글을 끝까지 읽기 위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는 것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가독성 면에서 많이 아쉽습니다. 작품의 반 이상이 비문이거나 오타가 있거나 둘 다라서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논리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 (솔직한 감상을 말씀 드리자면) 대단히 진지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말대잔치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 솥단지마냥’ 등 많이 신경 쓰신 듯한 묘사 부분은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문장이 안정되지 않다보니 작품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입니다.
이야기는 한국전쟁의 막바지, 734 고지를 지키기 위한 전투를 앞두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각 군인 캐릭터들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초반부가 할애됩니다. 작품 전체 분량에 비해 캐릭터의 수가 너무 많아서, 집중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6화 전까지 준비하는 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캐릭터를 설명하시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다소 장황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캐릭터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열심히 설정해 주셨지만, 글 자체의 가독성이 떨어지다 보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인데도, 느닷없이 잠을 자거나 상관의 지시에 반항하며 막사를 거칠게 빠져나가는 등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이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는 아래와 같은 문장들입니다.
예를 들어, 1화 도입부에 나오는 아래와 같은 문장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다 보니 비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네요…)
한 숨이 담긴 시간에 나누어 주는 주먹밥 하나를 날렸을지 몰라도, 이리도 편할 수가 없었다.
이런 문장도 나옵니다.
아직 이미 말라비틀어진 선혈자국을 쥐고는 햇살이 닿아 잠깐의 고통에 신음을 흘릴까 조심하는 이들이 있었으며…
아직 이미 말라비틀어진 게 뭔가요? 아직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고 이미는 사건이 일어난 경우에 쓰는 말인데요. 그리고 선혈은 갓 흘린 붉은 피를 의미하는데, 피가 말라 굳으면 검은색이 되기 때문에, 말라버린 핏자국을 선혈자국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고도의 역설법을 사용하신 것이라고 하기엔, 이런 표현이 너무 자주 나옵니다.
문장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투를 앞두고 승패의 요인을 신중하게 따져보던 지영욱은 아래와 같이 생각합니다.
물론 줄어들지 않는 적의 수에 의해서 사기가 떨어질 경우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지영욱의 머릿속에는 기적이란 가능성을 넣어두었다. 아니 기적도 필요 없이 실패는 있을 수 없었다.
기껏 여러 요소들을 따져보다가 결국 기적에 기대더니, 갑자기 ‘실패는 있을 수 없다’는 전제로 흘러버리니 독자 입장에서는 벙 찔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어가 불명확한데도 생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영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에서 아래와 같은 서술이 나옵니다.
…그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살아남아 아버지를 모셔야 했다. 이미 휴전으로 인한 땅따먹기라는 것을 아는 지금. 무의미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었다. 독립을 위해 싸우다가 정작 광복이 되는 것도 보지 못한 채 그저 한 끼의 밥을 제대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독립이든 광복이든 알게뭐야 라는 무지몽매한 이들이 일본 경찰에게 신고하여 체포가 되고, 총살을 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총살된 것이 이영석의 아버지인줄 알았는데, 그 다음 다시 이영석의 아버지가 한 행동이 나옵니다. 사실 총살된 것은 조부였던 것입니다.
…그 시점이 1945년 2월 1일, 이영석의 아버지는 그런 한국에서 살기 싫어 이미 오래전에 조부의 강요로 자신을 데리고 프랑스에서 영국에서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조부의 죽음으로 한국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냉소부터 흘리게 되었다.
전투가 시작되는 7화 이후의 전개는 훨씬 빠른 호흡으로 전개됩니다. 전투 묘사는 인상적이었으나, 예상했던 대로 초반에 보여준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신파적으로 흘러간다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스스로를 희생하는 동귀어진의 모습을 비롯해 전쟁영화에서 수도 없이 보아 온 진부한 클리셰들이 연속해서 나타납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 작품만의 특별한 색상이 눈에 띄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다만 브릿G에서 보기 힘든, 한국전쟁이라는 소재로 작품을 쓰셨다는 점은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들의 헌신과 희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를 있게 해 준 그 분들을 위해, 마음 속으로 묵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