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원피스?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팍스 게바나의 내일 (작가: 갑사, 작품정보)
리뷰어: 최현우, 17년 5월, 조회 51

만화 ‘원피스’를 알고 있는가? 기성세대들에겐 낯설 수 있으나 지금 신세대들에게 원피스는 올타임레전드라 불리는 최고의 만화다. 이 소설 ‘팍스 가바나의 내일’을 읽으면서 나는 가장 처음 원피스가 떠올랐다. 방향성은 확고하지만 정확히 그들이 뭘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맥거핀으로 남은 탐험가들이 비현실적일 만큼 연극적으로 과장된 캐릭터 성을 가진 우주해적들의 방해를 피해 하나의 우주함선을 타고 여행하는 이야기? 나는 이 소설을 ‘우주 원피스’라 부르고 싶다.

 

작품의 주가 되는 엔리케호는 애초에 임무의 성공을 목적으로 둔 우주선이 아니다. 엔리케호는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게 용할 만큼 퇴역을 앞둔 고물함선이었고, 이 일을 계획한 자들은 ‘퇴역우주선의 공짜처리+인간쓰레기처리’라는 단순한 목적을 가졌다. 하면 좋고, 안 되도 아쉬울 거 없는 작전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차별받는 2군이 우여곡절 끝에 영웅이 되는 클리셰’다.

 

필자는 이러한 ‘성공한 2군’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어차피 아무리 해도 1군만 못한’ 2군들의 자유분방함이 좋다. 예를 들어 정의로운 1군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하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도, 2군들은 어느 정도는 정의롭지 못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 도덕성과 자신의 이득 사이에서 한없이 갈등할 수 있다는 점은 2군들을 좀 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써 공감하게 만든다.

 

아직 소설의 초창기라 전개나 결말에 대해서 할 말은 많지 않다. 다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소설의 방향을 ‘하드SF’로 잡을 것인지 ‘스페이스 오페라’로 잡을 것인지 분명히 구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우주시대에 해골과 술잔과 칼을 애용하는 고전적인 해적은 스타워즈에는 어울리지만 인터스텔라나 마션엔 안 어울린다. 그 둘을 적절히 배합하는 시도는 좋지만, 쉬이 성공하긴 힘든 길이라고 생각한다. 잘 섞으면 퓨전음식이지만, 잘못 섞이면 꿀꿀이 죽이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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