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호흡이 길지만 않았다면….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착한 자들 – 어느 독재국가에서 (작가: Sun해아, 작품정보)
리뷰어: CKN, 6월 24일, 조회 75

저는 소설을 자주 읽고, 개인적인 감상 보다는, 객관적인 측면에서 스토리, 묘사, 세계관에 대해 비평을 합니다.

전문가도 뭣도 아니지만, 이 점을 유의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하시는 따뜻한 격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만 이 감평은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스토리.

소설 초반 부분을 읽을 때는 이 소설의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망명, 죽은 자의 부활, 의료, 핵심적인 단어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만,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었죠.

스토리 중반부가 되서야 저는 이 스토리가 [사람을 통째로 뒤바꾸는]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니, 이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을 통째로 뒤바꾼다, 라기 보다는 일부분을 새로 고쳐쓴다, 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다만 소설에서 나오는 운하이가 직접 말했듯이, 이건 정신개조가 아닙니다. 이것이 정신개조가 아니라면, 자연스레 그냥 사람을 통째로 뒤바꾼다, 라고 말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 제 느낌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나라의 최고지도자인 아루성 동지에게 이러한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전에는 그 시술에 관한 주인공과 관련 인물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죠. 특히 스룬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의료수준, 치료약의 배송지체, 사고를 당하게 되는 계기까지, 모든 것은 국가를 위해 발생한 것인데 그 문제 또한 국가 때문에 해결되지 못합니다. 나중에는 주인공이 스룬에게 이 수술을 권하지만, 수술을 거부하는 장면 또한 인상적입니다. 스룬도 자신의 아들이 그 수술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겠죠.

기억이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사상이 바뀌면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기독교를 믿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불교를 믿으면, 우리들은 흔히 사람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라고 표현하는 부분과 똑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스토리가 전해주는 것은 [사람이 사상이 바뀌는 것]이 과연 사람이 통째로 바뀌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만 약간 변한 것 뿐인건지, 혹은 바뀌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깊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라는 거라고 해석됩니다.

 

2. 묘사

솔직히 말해서 너무 깁니다. 스토리에서 나오는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장점이, 긴 묘사로 인해 사라지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반드시 필요한 설명과 묘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나라에 대한 설명, 운하이에 대한 설명, 수술에 대한 설명, 전부 이 소설에는 필요한 묘사이지요. 저라면 이 설명과 묘사들을 어느 정도 대사로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보죠.

길가다가 있는, 혹은 치료하는 아이의 집에 있는 TV에서 뉴스가 나온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럼 그 뉴스로 대략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다음 뉴스입니다. 미국이 또다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였습니다. 미국국방부장관은 이 무기의 개발로서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와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라는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표명했습니다. 이에 우리 주커버그의 위대한 지도자, 아루성 동지는 가장 힘이 약한 우리나라를 힘으로 찍어누를 셈이냐, 라고 반박하며 그들에게 무조건적인 무기 양도와 경제협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뉴스가 흘러나오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대략적인 상황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게 대사로 설명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죠. 이것 이외에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신문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거나,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등등을 설명과 묘사 중간중간에 배치하는 것으로 문장의 긴 호흡을 멈추고 독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세계관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3. 세계관

세계관 자체는 흔한 양판소설과는 달리 개인적으로는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요소를 접목시켰음에도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 구체적으로 짜인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죠. 다만, 앞서 설명했듯이 그런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긴 탓에, 그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판단됩니다.

 

4. 한줄평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길고, 문장도 긴 호흡이 이어지고 있어 자칫하면 지루해질지 모르지만, 스토리와 세계관 자체의 매력으로 보았을 때는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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