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지만 단편소설의 요소를 전부 갖춘 좋은 예를 보여주는 작품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서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CKN, 21년 6월, 조회 96

저는 소설을 자주 읽고, 개인적인 감상 보다는, 객관적인 측면에서 스토리, 묘사, 세계관에 대해 비평을 합니다.

전문가도 뭣도 아니지만, 이 점을 유의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만 이 감평은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스토리

오랜만입니다. 이 정도로 기승전결이 완벽한 단편을 보는 건 말이죠. 저는 항상 단편을 읽을 때, 그 결말은 항상 3가지 중 하나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열린 결말.

두 번째는 반전 결말.

세 번째는 깨끗한 결말.

 

단편은 분량이 짧은 탓에 독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기가 어렵고, 때문에 묘사보다는 대부분 대사나 대화에 힘을 쏟는 것으로 가능한 많은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죠. 따라서 저는 단편은 저 3가지 결말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단편 소설의 결말은 열린 결말입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정말로 죽은 건가? 등등, 이후에 벌어질 이야기에 대해 자유로운 상상이라는 선택지를 주신겁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됐을까, 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게 될 겁니다. 이건 단편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인데, 이렇게 짧고 굵은 열린 결말로 끝내게 된다면 장편 소설을 읽고 난 후보다 해당작품을 더 많이 생각나게 하죠.

이 작품의 스토리 하나는 단편으로서 정말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됩니다.

 

2. 묘사

이 소설에서는 그렇게 많은 묘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꼭 필요한 묘사와 설명만을 넣은 소설이라고 봅니다. 스토리의 대부분은 대화로 이루어지고 묘사와 설명은 정말로 필요할 때만 등장하여 독자들이 읽을 때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해줍니다. 묘사가 적고, 대사가 많다, 이로 인해 빠른 이해가 가능한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몇몇 분들은 묘사가 너무 적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만, 열린 결말의 구조를 가진 이 소설이라면 오히려 많은 묘사를 적는 것이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묘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독자들은 어느 정도 예측을 하게 되어 열린 결말의 의미가 없어지고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만약 이 작품의 결말은 그대로고, 중간에 이런 문장이 하나 있었다고 칩시다.

 

나는 초소로 돌아가던 도중 사람 한 명이 들어간 것만 같은 커다란 봉투 하나를 장병이 옮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음이 착잡했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못 본척을 하며 조용히 잠자리에 누웠다.

 

간단한 문장이죠. 하지만 의외로 문장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이런 문장이 하나만 추가되었어도 이 소설이 가지는 열린 결말의 장점이 퇴색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3. 세계관

세계관 자체도 단편으로서 매우 좋습니다. 판타지나 SF를 단편으로 적기 힘든 이유가, 세계관의 설명이 많이 필요한 장르인데 그것을 분량이 짧은 단편으로 쓰려하니 상대적으로 대사의 비중이 줄어들게 되죠. 하지만 이 작품은 판타지도, SF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친숙한 군대 이야기입니다. 이런 군대 이야기라면 독자들도 대부분의 상황을 알고 있고 많은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에 독자는 세계관이 아닌 스토리에 온전히 집중이 가능한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세계관은 진부하다, 평범하다, 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스토리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기에 저는 꽤 좋다고 생각합니다.

 

4. 한줄평

쓸데없는 묘사 없고, 긴 문장도 없고, 복잡한 세계관의 설명도 없습니다. 진부한 군대 이야기지만 단편으로서의 포인트는 전부 충족되어 있고 이야기가 열린결말로 끝나는 것 또한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기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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