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고 느낀점을 솔직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엽편은 어떤 내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아이는 상대의 인생을 망치는 내기를 합니다. 한 쪽은 바로 행동에 돌입합니다. 반면 다른 쪽은 내기 자체를 잊어버린 듯, 여러가지 짓궂은 장난에 당하면서도 소극적으로 방어만 할 뿐 반격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범인이 그 친구라는 건 생각도 못한 채, 친구에게 더욱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2인칭 시점은 실험적이었지만, 사실 개인적으론 1인칭이나 3인칭 시점에 비해 그다지 메리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괴롭힘 당하는 주인공 시점에서의 1인칭 소설이었다면 좀 더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작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하나의 완결된 단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프롤로그처럼 느껴졌습니다. 갈등 관계가 다소 단조롭게 다가오기도 하구요. 그런 느낌을 받은 이유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갈등의 판돈이 (장난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게는 하지만)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호러/스릴러 장르라면 보통 목숨을 걸고 추격을 펼치기 마련이니까요.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말로는 ‘인생을 망치자’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은 애들 장난이 전부입니다. 성인이 된 두 사람의 대결은 본 게임일 수 있겠지만, 열린 결말로 끝나면서 작품에서 다뤄지지 않습니다. 예선만 보다 게임이 끝난 기분입니다.
2. 한 쪽이 시종일관 당하기만 하는 모습이 그다지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독자는 행동하지 않는 주인공에게는 잘 감정이입하지 못합니다. 어리숙하게 끌려다니고, 장난의 진범인지도 모르고 친구에게 의지하는 무기력한 모습은 캐릭터의 매력을 떨어뜨립니다.
3. 갈등의 유발이 내기라는 점에서, 두 사람을 갈등 상황에 붙여놓는 ‘접착제’가 약한 느낌입니다. 다르게 말해, 주인공이 괴롭힘을 당해야 할 만한 동기가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어리석은 주인공은 내기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그냥 ‘내기에서 내가 졌소’ 한마디로 끝날 거 같은… 그런 수준의 긴장감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내기’인데도 불구하고 걸려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불명확한 것 같습니다.
4. 제제의 동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주인공에게 왜 그런 내기를 제안했나요? 그냥 심한 장난꾸러기라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어서? 어린시절 이어지던 괴롭힘은 문득 끝납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제가 장난을 그만두고 주인공이 멀쩡한 인생을 살도록 굳이 10년 동안이나 내버려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10년뒤에 다시 나타난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본편에서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지만, 이야기는 갑자기 뚝 끝나버립니다.
마지막에 화자가 곧 ‘제제’였다는 것이 밝혀지는데요, 이 반전(?)은 임팩트가 부족합니다. 화자는 지금까지 관찰만 했을 뿐 사건에 개입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화자가 제제라고 해도 이야기 상에 별다른 파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 피드백을 받아들이시는 것은 작가님의 자유입니다. 위와 같은 요소들을 따르지 않고도 멋진 작품을 집필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독자 중 한 명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시고 고민해 보시는 것으로도 저는 기쁠 것 같네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