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있을까?> – 고기 한가득 넣은 비지찌개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사랑이 있을까? (작가: 나날, 작품정보)
리뷰어: 그림니르, 2월 16일, 조회 22

어느덧 브릿G 리뷰단 활동을 한 지도 3주쯤 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리뷰를 쓴 작품들이 다 진중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세 번째 리뷰를 할 작품은 분위기가 좀 덜 무거운 걸로 고르고 싶었다.

 

 

그런 나의 레이더에 들어온 것이 나날 작가의 <사랑이 있을까?> 였다. 작품 해시태그 #저승여행, #사랑, #짝사랑을 보고 한달음에 첫 화를 클릭했다. 저승 여행 로맨스는 못 참지!

 

 

이 작품은 고기를 가득 넣은 비지찌개 같았다. 왜곡되지 않은 서남 방언과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그 속의 어휘들을 타고 펼쳐진 일상생활 이야기는, 비지찌개 국물에 쏙쏙 박힌 돼지고기처럼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작품의 중심이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주인공 ‘지안’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였네?’ 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이 작품이 아직 10회밖에 진행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전개만 보면 정말 로맨스보다 세상 사는 이야기에 가깝다. 나는 지안과 희열의 로맨스를 볼 줄 알고 이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지안이라는 회사원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서 그와 함께 밥을 먹고, 짜증내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지안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또 얼마나 생생한가 말이다. 지안의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현실적이면서도 다채로웠고, 지안의 가족인 아버지와 할머니는 마치 언제 한 번은 만났던 사람들처럼 친근했다.

 

 

나날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글을 써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작가 소개란에서 작가가 자신을 소개한 “함께 둘러 앉아 수다 떠는 마음으로 쓰는 사람입니다. / 같이 웃고, 울고, 공감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라는 말이 작품에 그대로 들어맞을 줄은 몰랐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는 건 정말 축복에 가까운 능력이다. 사실 나도 브릿G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의 글을 쓰기는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품을 읽다 보니 이토록 출중한 작가의 능력이 안타깝게도 작품 전개를 방해하고 있었다.

 

 

이 작품의 주제 곧 비지찌개는 저승 여행 로맨스이고 고기는 주인공 지안의 일상생활이다. 그런데 비지찌개 맛을 못 느낄 정도로 고기가 많이 들어갔다. 지안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작품 주제와 관계 있든 없든 펼쳐 놓느라 로맨스는 어느새 뒷방으로 물러앉아 버렸다. 물론 작품이 진행되면서 언젠가는 주인공이 저승 여행도 하고 본격적인 사랑에도 빠지고 하겠지만, 그것과 관계 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니 저승 여행 로맨스를 기다리는 독자 입장에서는 속이 탄다.

 

 

이 작품에 나오는 지안과 상대 ‘희열’의 로맨스가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큰 문제다. 지안은 예쁘고 당차며, 희열은 잘생긴 데다 직업병까지 생길 만큼 유능하다. 분명 여기까지는 동서고금 거의 모든 로맨스 작품의 클리셰이자 셀링포인트 ‘재자가인(才子佳人)’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에는 클리셰가 좀 과하다. ‘여자는 남자를 한때 짝사랑했다 그 남자가 연인이 있는 걸 알고 포기했는데, 어느 날 그 남자가 연인과 헤어지면서 여자에게 기회가 생기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로맨스란 장르에 관심이 전혀 없지만 이런 전개가 나오는 작품들을 이미 몇 개나 본 것 같다.

 

 

물론 클리셰는 독자들에게 잘 먹히니까 클리셰가 되었겠지만, 너무 클리셰만 따라가면 작품이 지루해지고 작품만의 색깔도 빛이 바랜다.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작가가 클리셰에 매몰되는 것만큼 슬픈 일이 인간 세상에 몇 개나 있을까!

 

 

그래서, 이 작품과 작가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바라는 독자로서, 나는 이 작품에 두 가지를 바란다. 첫째는 작품이 지안의 일상생활 이야기는 좀 줄이고 로맨스 이야기를 주축으로 전개되어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이 작품이 자신만의 색깔을 아낌없이 펼쳐 내는 로맨스로 문학사에 남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저승 여행 로맨스만큼 흥미롭고 신비롭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풀 수 있는 주제도 드물다. 그리고 나날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는 흔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나날 작가가 풀어내는 저승 여행 로맨스를 항상 기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작가의 건강과 건승을 진심으로 바라며 리뷰를 이쯤에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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