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아닌, 루> 리뷰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그 누구도 아닌, 루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라이사니이다, 21년 2월, 조회 61

커서 깜빡거리는 거만 보고 있네요. 글을 어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아무 데서나 시작하겠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루>는 사실 조아라에서 처음 봤어요. 한 2회인가 3회인가까지 봤는데 그때는 뭐랄까 진짜 고전 소설 읽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가상 근대 시대물? 그러니까 배경만 다른 세계지 마법이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했지요. 예를 들어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위빙위버 님의 <캐롯> 같이요. 지금도 사실 그때 읽던 분량에서 마법이 언급 된 적이 있는지 생각이 안 나요. 처음부터  마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읽었거든요……… 처음 박힌 인상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그래서 브릿지에서 재연재됐을 때 1회부터 다시 읽으면서 처음 놀란 부분이 그거였어요. 마법이… 있네?! 내적 친밀감이 급상승하더라고요. 로판 중에서 마법이 없는? 없다기 보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언급이 없는(희소한) 작품도 있지만, 어쨌든 제가 로판을 접한 이래 익숙하고 더 좋아하는 쪽은 마법이나 정령이나 아무튼 현실에 없는 게 있는 쪽이니까요. 더해서 언급만 되거나 전개 편리성을 올려주는 설정 정도가 아니라 지구 현대의 과학처럼 같이 정말 그 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실감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전자만 해도 마법이 존재하니까 진짜 판타지 세상이구나 싶은 만족감을 느끼지만 후자는 그걸 넘어서 어디선가 정말로 있을 것 같거든요. 구체적으로 빅뱅 이후 행성이 생기고 물이 생기고 아베바가 생긴 뒤 거대 동물이 생기고 멸종하고 인간이 등장해서 역사를 쌓고 이 과정 중에 물론 그 세계에 있는 다른 신비한 존재도 자기들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몰입하기에 더 즐거웠습니다.

화제 하나가 끝났어요. 다음으로 뭘 얘기할까요. 주인공 이야기를 할까요, 그래요 제목에 주인공 이름이 들어가는데 이건 해야지요. 그러고 보니 <주세탑>도 그렇고 <그루>도 그렇고 주인공 이름이 제목에 들어가네요.

우리의 루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요. 저도 독서를 좋아해요. 루는 다른 이와 지식과 의견을 나누는 걸 좋아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서로 지식과 의견을 나누는 걸 듣거나 읽는 걸 좋아해요. 그러니까 <그루>와 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이게 아니라 아무튼 지식과 의건 나누는 대화를 좋아하고 갈망하는 루가 만족스런 대화 상대 없이 살았다는 점이 마음 아팠어요. 페알 따위가 가장 나은 생각이었다니……(페알에게 악감정은 없어요 근데 청혼 건으로 좀 밉보이긴 했음). 앞으로는 생길까요 한 명이라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원없이 얘기하고 혀로 날뛰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루 얘기 시작할 때는 첫인상을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순서가 완전 꼬였네요. 그치만 순서 변경 없이 그냥 쓰겠습니다. 일단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이라 현재의 루(지금 니르체드 병문안 와서 원고 도우미 하는 중)와 과거의 루(현재 본 분량에서 학술원 시험 치렀음)가 있는데 과거의 루가 처음 나온 장면을 얘기할게요. 니르체드의 시선으로 묘사된 분수 장면이요. 우선 고전 소설 영화 같아서 시각적으로 읽기 만족스러운 장면이었지요. <오만과 편견> 감독과 제작자가 찍은 듯한 느낌. 영화였으면 진짜 영상미로 유튜브 조회수 꽤 올릴 장면일 거예요.

그 장면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충격적으로 짧은 똑 단발”이었어요. 문장 하나로 시대상이 확 드러나다니, 저는 이런 게 좋아요. 저 문장 하나로 여성이 어느 위치인지 그리고 요구 받는 외양이 어떤 것인지 한 번에 알 수 있잖아요. 경제적이고 직관적이에요. 그리고 단발이 충격적이라는 데서 오는 묘한 이질감도 즐겁고요. 단발을 보고 느끼는 충격을 저는 느낄 수 없으니까요. 뭘 보면 비숫한 충격을 느낄까요? 좀 꼬인 심사 한 켠으로는 겨우 이게 충격이냐? 새가슴이야? 킥킥 대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 비웃는 태도는 안 좋으니꺼요, 자제하고 있습니다…….

방금 이 장면 다시 읽고 왔는데 기억보다 분량이 짧았네요, 한 문단이고! 사람이 인상 깊은 기억은 시간을 길게 늘인 것처럼 기억한다는데 소설에서도 적용 되는 부분이었나 봐요. 아무튼 다시 읽어도 좋네요. 니르체드의 낯선 것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그야 이 사람에겐 낯선 것이 맞지만) 묘사되었단 점이 좀 찜찜하긴 한데 그래도 좋아요, 어쩌겠어요.

구조를 짜고 제대로 자세 잡아서 시작한 것도 아닌데 글이 길어지니 기력이 드는군요, 생각 난 거 하나만 더 쓰고 끝낼게요.

지금 이 글은 드라마로 따지면 현재 루 배우보다 과거 루 배우가 분량상 주연인데, 뒤로 갈수록 두 루의 분량이 비슷해질지 과거 루가 계속 주연일지 그것도 관심사예요. 지금 현재 루가 쓰기 시작한 원고가 세상에  나올 때 세상이 보일 반응도 궁금하고.. 그 외에도 이러저러한 관심 포인트가 있는데 당장 더 뽑아낼 수가 없네요, 이만 마치고 못 읽는 나머지 분량을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분명히 읽으면서 아 이 얘기도 쓰면 재미있었을 텐데 하겠지요…….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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