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역사라는 거대한 좌표 위에 보편적인 보수와 진보가 있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우파와 좌파는 늘 상대적인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래 국민의회에서 왕당파가 오른쪽에, 공화파가 왼쪽에 앉은 이래로 늘.
그렇기 때문에 도널드, 아니 ‘로날드 돌란푸스’가 있는 한 그 누구도 우파를 자처하긴 힘들다. 그 옆 왼쪽에 살포시 앉을 수 밖에. 그리고 그것은 비 인간들 조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굳이 리뷰를 쓸까 했지만 춍키를 보는 또다른 시선을 보니 그래도 한 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의를 파악해 작가가 그렇게 쓴게 아니겠지 하면서 작품 바깥에 것들을 가져오기엔, 이미 작품은 그렇게도 해석 할 수 있도록 쓰여지지 않았나 싶어서.
글을 읽으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춍키를 끝까지 어떤 블랙박스로 둘려고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춍키가 현명하건, 현명하지 않건 그의 말을 통역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마지막 부분에 춍키의 어떤 유사한 육성이 대학원 과제 많아요 교수님 나빠요 라면 춍키에 대한 기대, 최소한 정치적인 기대는 사실 다 오해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고 대통령이 독재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절대적이고 침묵하고 있는 권력자와 그 옆에 붙어서 권력자의 말을 해석해 주는 사람. 이라고 구도를 바꿔보면 셀키의 후예가 약간 다르게 보인다. 그렇게 해석하면 이야기의 해석이 조금 많이 바뀌지 않을까.
그러니까 춍키의 모습에서 어떤 정치인을 발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것이 아니라며 나선 완전히 새로운 얼굴의 정치인. 본인이 부자니까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하던 정치인. 언론이 그의 메시지를 포장해서 이야기 해 주던 정치인. 국밥을 끝내주게 맛있게 먹었던, 슈트핏이 잘 어울리는, 그리고 그 실체는 결코 선량한 정치인이라고 말 할 수 없는.
물론 이 이야기는 미국의 이야기니까 도널드 트럼프로 돌아와 보자. 사실 그가 남긴게 무엇인가? 미국인이라면 여기에 대해 꽤 진지한 대답을 해 줄 수 있겠지만 태평양을 건넌 이곳에서 그의 유산은 많은 짤방과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이라는 꽤나 재밌는 구호. 마치 작중의 춍키가 남긴 재밌는 구호와 많은 짤방처럼 말이다.
물론 단순하게 귀엽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뽑아 줄 리가 없다. 그렇기에 제시되는 것은 어떤 믿음이다. 바다사자가 제안하는 해양정책이 잘못될리가 없다. 아니 매우 좋을 것이다.
현실 정치를 다시 한 번 끌고오자. 우리는 부자가 제안한 실패한 경제 정책을 봐 왔다. 춍키가 바다사자니까 해양 정책이 완벽하다는 믿음은 마치 도널드 트럼프가 부자니까 우리를 모두 부자로 만들어 줄 거라는 믿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춍키가 바다사자 당사자기 때문에 미국 국민과 바다사자의 공익을 지켜줄거란건 도널드 트럼프가 부자고(따라서 위대한 사람이기 때문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 줄 것이란 믿음과 근본적으로 같아 보인다.
그렇기에 춍키를 둘러싼 헤프닝이 도널드 트럼프를 둘러싼 헤프닝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정치는 상대적인 것이다. 춍키를 보는 내내 어떤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춍키는 귀엽다. 귀엽다는 것을 빼면 대체 기성 정치인과 어떤게 다르단 말인가? 심지어 현실에서는 정책이 아닌 정치인을 너무나도 귀엽게 여긴 나머지 그들의 무오류성을 신봉하고 지금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상대방을 보는 것이다. 아. 도날드 트럼프. 그러니 웃고 치우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