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리뷰공모에 채택되기를 바라고 쓰는 글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먼저 리뷰를 쓰신 O제야 님 리뷰도 정말 훌륭하고요.
유기농볼셰비키님은… 그 닉네임 부터 그리시는 글의 세계까지 기발, 참신, 감성을 뭉쳐놓은 듯한 분이시죠. 사실 그리 많은 작품을 찾아 섭렵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를 보고 받았던 충격과 공포 아, 아니 배꼽의 분실을 염려해야하고, 특유의 감동?까지… 참으로 굉장했었다는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한 참신하고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두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유쾌 발랄한 풍자 그 자체이지요. 유기농볼셰비키님의 작의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평 역시 O제야님의 리뷰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비평이 아닌 감상을 조금 남겨보고자 합니다.
인간은 썩었고 자연은 순수하다는 전제
이 작품의 설정은…사실상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의미의 ‘판타지’입니다.
토론회에서 춍키의 결정타로 묘사되는 주장을 보면 일견 그럴듯해보이지만 , ‘실제’는 다릅니다. 자연다큐멘터리를 즐겨보시는 이들이시라면 아실거예요.
물개사회(바다사자, 물범류 통칭)에서는 암컷의 자기결정권을 존중…… 하지 않습니다. 거기에선 힘있는 수컷이 말그대로 제왕의 자리에 앉습니다. 물론 수컷끼리 힘을 겨루고 일정영역을 차지하게된 녀석이 주변 모든 암컷과의 교미권을 가지는 것으로요. 대체로 번식기에 든 암컷들이 스스로 수컷에게 다가와 교미가 이루어진다지만 제가 본 다큐에선 (춍키와 같은 종인) 바다사자 수컷이 매우 귀찮아 하는? 해안가에 누워있는 암컷들에게 다가가 공격적으로 교미가 이루어지더군요.
암컷에게 교미와 출산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환상이죠. 대장이 된 수컷은 수 많은 암컷과 정력적으로 교미를 합니다. 그 암컷들이 그 수컷을 좋아하는 지 거부하는지, 혹은 출산에 있어서도 선택권이 있다 없다를 말하는 건 지극히 인간이 바라보고 싶은 관점은 아닐까요? 게다가 특정시기의 이벤트 처럼 집중되는 짝짓기는 번식기에만 집중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이빠이 입니다. 수컷입장에서는 그냥 스쳐지나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암컷들일 뿐이고 암컷 역시 책임져! 같은 신파를 부르짓지도 않습니다. 그냥 본능에 충실할 뿐인거죠.
약한 개체가 있으면 먹을 걸 나눠주고……? 아니요. 그냥 약한 개체는 도태되어 죽습니다. 그게 생태계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입니다. 혈연관계나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시간을 함께 보낸 개체들이 서로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일들이 있지만(특히 포유류 집단에서) 한 무리 전체가 약한 개체를 찾아 먹이를 나눠주는 일은 물개처럼 한 무리 개체수가 많은 생물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일입니다. (오히려 개미같은 집단에서는 다치거나 약한 개체를 따로 분류해 돌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털색깔이 다른 물개가 있어도 괴롭히지 않는다…… 는 건 맞습니다. 외모 따위로는 차별하지 않지요. 하지만 색깔이 아니라 힘의 강함과 약함에 따라 괴롭히고 따돌리고 심지어 유희로 죽이는 일까지(인간만이 유일하게 그런 존재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드문일이 아닙니다.
연결된듯 조금 다른 이야기 입니다만 다큐멘터리 작가들에겐 일종의 철칙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절대로, 피사체로 카메라에 담기는 생명들의 생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룰입니다. 자연 그대로 두라, 그게 잔혹하든 어쨌든 말이죠.
실제로 영국 BBC였던가요? 다큐멘터리 팀이 남극 황제펭귄 다큐를 찍다가 혹한의 눈보라 속에서도 군집 이동을 하는 펭귄들이 빙산 가운데 길을 잃어 몰살의 위기에 처했었다고 합니다. 안돼 관여하면 안돼 라고 철칙을 지키다 지키다 … 차마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고 팀원들이 장비를 내리고 삽을 들고 길을 내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귀국한 다큐멘터리 팀은 언론과 여론에게 잘하였다, 옳은 결정이었다 환호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선의가 의도치 않았던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자연학계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고 하지요.
사실 이 사례는 인간들이 자연에 관여치 말아야 한다는 걸 깬 사례이긴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는 자성이 일어났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인간들이 빙판 구멍밖에서 길을 잃은 아기 하프물범을, 북극곰이 잡아먹을까봐 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그것은 반대로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는 겁니다. 북극곰 역시 멸종위기에 몰려있지요. 인간이 선하다라고 말하고 싶은 거꾸로의 이기심일 수 있다?는 겁니다. )
춍키가 이야기하는 물개들의 규칙은 인간보다 ‘순수’한 존재이길 바라는 개체에게 작가님께서, 제발 인간들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투사한 것 뿐인건 아닐까 라는 씁쓸함이 있습니다.
정치색
당연히도, 작가도 사람이고, 어딘가 무인도에 홀로 사는게 아닌이상 정치에 대한 지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그걸 강하게 주장하든 그냥 혀만 차고 말든 말이죠.
솔직히 저는 이 발랄하고 재미난 소설을 읽고 나서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왜 그럴까를 곰곰 고민해 봤는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쪽에서 그렇지 못한 쪽을 실랄하게 까는게 전체 분위기? 인 것과 비난과 조롱이 풍자라는 이름으로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저 역시 현실의 트럼프를 보며 엄청나게 많이, 찰지게 욕을 해대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만 글쎄요
어쩌면 이글은 좌, 우로 굳이 나눈다면 좌로 아주 많이 기운 정치향을 은연중 보여줍니다. 미국으로 치면 민주당의 정책들은 자유와 평등 등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긍정할 만한 이념들을 기본 가치로 하지만… 사실 민주당 내부를 들여다 보면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과 달리 밀실에서 권력과 돈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숨겨진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화당과 별반 다르지 않거든요. 물론 이건 역사를 움직여온 힘있는 자들, 그리고 ‘정치’라는 생물 그 자체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서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선하고, 악한 무리들이 처단되었으니 새 시대가 올것같은 희망찬 맺음은… 도리어 이야기가 지나치게 순수하구나 내지 이건 그냥 가볍게 기분좋게? 풍자로 즐기고 넘어가야 하는류의 소설임이 분명한데도… 누군가를 비난할 때 같이 비난해줘야 친구가 되는 혹은 반대의견을 말하면 욕먹을 것 같은… 약간의 일방적인 정치색을 풍겨 조금, 아주 조금 씁쓸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작품 자체가 훌륭한 풍자소설이고, 필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재미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 글은 그냥 어쩌면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일 수 있는 씁쓸함을 담은 마이너리포트 한편 일 수도 있습니다. 어, 그래 하시며 넘어가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러니- 응원을 담아… 요정도로 급히 마무리해봅니다.ㅎ 이만~ 엉엉!!🙂
p.s: [물-개보다 못한 놈이 되지 말자, 그런 놈은 두 번 다시 뽑지도 말자! ]는 캐치프레이즈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