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않는 나라라 자칭하던 영국의 식민지 정책은 다른 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견입니다만 국력이 신장되면 자연스럽게 진출과 팽창에 대한 요구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네요.
영국의 대표적인 식민지는 인도였지요. 스페인, 프랑스와의 분쟁에서 연달아 대승을 거둔 영국은 동인도 회사를 세운 후 식민지 경영에 열을 올렸는데,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와 해방이 된 시기가 비슷하다는 겁니다.
1946년에 독립했고 날짜도 같답니다.(8월 15일) 해방하기 좋은 날인가 봅니다. 해방 후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었다는 점까지 비슷합니다. 이래저래 인도는 우리와 같은 힘겨운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식민지 시절, 인도 남부의 섬나라 스리랑카의 한 지방에서 차 농장을 운영하는 사비 키림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농장을 운영했고,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질 좋은 차의 독점을 노리는 영국인 장사꾼이 접근하게 됩니다. 영국인의 제안을 거절한 후부터 농장에서는 기괴하고 끔찍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고, 농장을 지키려는 사비 키림은 주위 사람 모두를 의심하게 됩니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카림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 영국과는 별개로 자국인들 또한 그의 편이 아닙니다.
밖으로는 농장을 넘기라는 영국인의 압박과 자국 관리들의 불친절함에 안으로는 며칠이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까지…사비 키림은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힘을 빌어 고난을 이겨보려 하지만 모든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갑니다.
그에겐 모두가 적으로만 보일 뿐입니다. 차 농장을 싼 값에 집어삼키려는 영국인이나 귀찮은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는 자국인 관리, 자신과 가족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농장 일꾼들 모두가 카림이 얼마나 실론의 차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지금도 노력중인지에는 관심이 없다는 생각에 더 분노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사비 키림이 보여주는 광기는 세포이 항쟁으로 시작되어 인도 전역으로 확대된 인도의 독립 운동과도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도,스리링카의 식민지 과정에서 영국은 아주 교묘하고 비열했습니다. 인도인들이 깨달았을 땐 이미 그들의 재산을 대부분 강탈당하고 있는 상태였죠. 이 작품에서 사비 키림이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도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보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그는 사무치는 분노에 잠식당한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파멸하고 맙니다.
그가 어디로 사라졌을지, 농장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던 살인마는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증은 남아있지만, 그런 부분을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아주 훌륭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비 키림은 오래전부터 외세의 압박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종교에 기대어 상황을 타계해 보려던 그는 오히려 종교에 심취한 나머지 선민 사상에 빠져들어 자신이 실론의 상황을 타계해줄 구원자라는 잘못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요?
차 농장에서의 살인 사건은 농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게 맞지만, 사비 키림은 분명 오래전부터 전통을 지키려는 자신의 노력과는 달리 그저 눈앞의 안위만 챙기려고 하는 농장 노동자와 자신의 몸종에게 배신감과 분노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비뚤어진 마음이 모여 다른 자아로 표출된 게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스리랑카는 우리 만큼이나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본 적도 없는 나라의 이야기가 가깝게 느껴지네요. 키림에게 광기에 가까운 살인 행각은 자신의 조국과 차 농장을 살리는 일종의 살청 작업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에 리뷰를 작성할 때 실론이 인도 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스리랑카였네요. 정정합니다. 정확히 알아보고 글을 썼어야 하는데 작가님께 실례를 범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류를 정정해주신 사피엔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