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가정의 몰락을 그린 가슴 아픈 스릴러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엉겅퀴 언덕에서 (작가: 모해, 작품정보)
리뷰어: 사피엔스, 20년 11월, 조회 56

※ 본 리뷰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작가님이 리뷰에 장단점 분석을 원하신다 하여 미천한 실력이나마 제 나름대로 느낀 점을 써 보았습니다.

 

 

 

 

 

 

우선, 문장이 간결해서 막히는 부분 없이 술술 잘 읽혔습니다. 대화체를 많이 쓰지 않아 속도감 있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고요.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흥미를 더해가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비밀! 에서는 아쉽게도 기대한 만큼의 충격을 받지 못 했습니다.(죄송죄송) 실제로 제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상당히 억울하고 원통하고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들었겠으나, 비슷한 영화나 사례들을 이미 꽤 접했기 때문에 그 충격이 반감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말이 일으키는 감성이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았고요.

소설의 시작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연상시키는 문장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눈길을 확 끌더군요. 아버지와 형이 죽었는데 형이 아버지를 죽이고 자살한 거였습니다. 기구한 가족사인가, 하다가 형이 신부임이 밝혀지면서부터 오컬트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습니다. 엑소시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한층 흥미가 일었죠.

동생인 주인공이 사건 현장인 고향을 방문해 형이 숨겨둔 일기를 발견합니다. 사건의 발단이 적혀 있었는데, 형이 고향에 내려온 것은 아버지의 부탁 때문이었습니다. 마을에 악마가 나타났다는 것이었죠. 악마라니, 역시…

일기의 내용은, 영화로도 제작된 인기 웹툰 <이끼>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형은 마을 사람들이 묘하게 자신을 적대시하면서도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관심은 감시에 가까웠죠. 여기에서 마을에 뭔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을에 형만큼이나 이방인 취급을 받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향이’라는 고아 소녀인데요. 부모의 죽음 이후 마을 성당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아이였습니다. 형은 그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여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녀가 건네 준 소녀 엄마의 일기에서 마을 사람들의 악행과 아버지가 악마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죠.

여기에서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소설의 시점이 1인칭 시점이고, 형의 일기도 1인칭 시점이다 보니 서술 방식에 제약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향이네 가족이 겪은 일들을 향이가 직접 말해주든가 부모가 남긴 기록을 통해 알게 되든가, 선택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님은 아직 어린 소녀인 향이가 직접 말하기보다는 어른의 관점에서 보고 들은 일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향이 엄마의 일기라는 형식을 선택하신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액자 속에 또 다른 액자가 있는 구조가 되었네요. 게다가 그 일기를 받은 상황도 위급한 상황에서 받은 거라 느긋하게 읽을 수가 없었을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 향이네 가족이 마을 사람들에게 당한 일들이 충분히 묘사되지 못 한 것 같습니다. 특히 향이 아버지가 어쩌다가 죽임을 당하게 됐나 하는 부분에서요. 질적인 면에서는 충분했으나 양적으로 부족했다고 할까요?

형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뭔가가 이상함을 차츰 느끼고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고조되는 것처럼 향이네 가족의 일도 그런 식으로 차근차근 밝혀나가며 서사의 양을 충분히 확보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향이 엄마의 일기가 조금 아쉬운 반전 정도로 그치는 대신에 폐쇄된 인간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파고드는 장치로 작용해 소설의 내용이 한층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당장 떠오르는 해결책이 많지 않은데요. 소설의 시점을 아예 바꾸든가, 아니면 향이가 일기를 건네는 시기가 조금 더 빨랐더라면 어땠을까요. 혹은 시점과 시간대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조금씩 노출을 시키는 방식도 있을 것이고요. 이건 좀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저는 향이가 정말로 악마에 빙의된 게 아닐까 하는 반전을 기대했는데 아니더군요. 그래서 조금 실망했지만 만일 정말 그랬다면 또 너무 전형적인 반전이 됐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범인이 아닌 것 같은 어린이가 알고 보니 범인이었다, 라는 반전의 추리소설들이 이미 몇 십 년 전에 등장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결말도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이걸 더 의미 있게 끌고 가려면 향이가 우물에 독버섯을 넣었다는 부분을 더 강조해서 묘사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향이가 그랬다는 말에 솔직히 충격이었는데 (그래서 향이가 정말 악마가 아닌가 하는 반전을 기대한 것이었습니다) 형이 그 말을 듣고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조금 의아스러웠어요. 그 부분이 너무 서둘러서 마무리됐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엔 좋은 사람 혹은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니고 좋은 사람이 나쁜 짓을 할 때도 있고 나쁜 사람이 좋은 짓을 할 때도 있는 법이죠. 마을 사람들의 집단 광기과 향이의 복수심도 이런 차원에서 일맥상통하게 이끌어 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에 동생이 향이를 입양하려고 했는데 동생 본인조차도 의식하지 못 한 죄책감을 향이가 알아채고 스스로 그의 양육을 거부한 채 고아원에 가겠다고 한 부분에서 참 마음이 짠했습니다. 동생이 향이의 양아버지가 되면서 이야기가 끝나면 이 또한 전형적인 결말이 됐을 것 같아서, 소설의 결말이 가슴 아프면서도 더욱 마음에 와 닿더군요. 아이들이 한 번씩 힘든 일을 겪으면서 눈치가 늘어가는 게 보이면 왜 이리도 안쓰러운지요. 천진난만함을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지만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제일 먼저 버려야 하는 게 천진함이기 때문에 그렇게 크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죠. 부디 향이가 아픔을 잘 이겨내고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마을 사람들의 추악함에 대해서 분노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자기들이 애먼 사람을 죽여놓고는 피해자가 악마라고 주장하는 적반하장. 시골 사람이라 해서 다 순박하고 착한 게 아니라는 거죠. 사실 뉴스에서 염전 노예 같은 사례들을 접하면 그런 진실을 분명히 알 수가 있죠. 농촌에서도 장애인들을 노예처럼 구속하고 착취한 사례가 여럿 있었고요. 각박한 도시보다 오히려 시골이 그런 일을 저지르기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폐쇄적인 커뮤니티라서 그들만의 룰이 작용하다 보니까요. 귀농하신 분들이 겪는 애로사항 1순위가 마을 분들하고 친해지는 거라더군요. 그걸 실패해서 도로 도시로 이사가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이런 점을 소재로 잘 활용하신 것 같은데 위에 말씀드린 대로 마을 사람들의 추악한 이중성에 대한 묘사가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근데 제목에도 엉겅퀴가 들어가고 향이네 부모님도 엉겅퀴 재배를 하는 걸로 나오는데, 엉겅퀴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요? 읽는 내내 엉겅퀴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딱히 나오는 게 없는 것 같네요. 굳이 의미가 있어야 되는 건 아닌데요, 제목에 엉겅퀴가 포함돼 있어서 처음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엉겅퀴 하면 위니 더 푸의 이요르가 생각나서요…아, 그러고 보니 형이 마을 신부가 주는 엉겅퀴차를 마시려는데 향이가 그 통을 쳐서 못 먹게 되는 장면이 있군요. 그럼 그 차에 어떤 성분이 있었던 걸까요? 제가 못 읽고 지나간 건지…(알려주시면 다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습니다. 건필하세요!

목록